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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도 이곳에선 청춘”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힘
최대 팬 축제 ‘D23’ 가 보니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3 2024 09:19 AM
36개국 유료 팬클럽 회원 중 선별 2년마다 개최... 15만명 참석 추산 콘서트·팬미팅 등 하루 종일 행사 긴 줄에도 남녀노소 축제를 즐겨 ‘전설’ 밥 아이거 CEO 깜짝 등장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줘 영광”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리버사이드에 사는 빅토리아 테일러(70)는 자칭 60여 년 경력의 ‘디즈니 광팬’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한 미키마우스와 사랑에 빠진 그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의 공식 팬클럽 유료 회원 자격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연간회원권을 매년 갱신 중이다.
70대 디즈니 팬인 빅토리아 테일러가 D23 개막 첫날인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자신의 티셔츠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여섯 차례 D23을 찾은 그는 “2013년 첫 방문 당시 구입한 티셔츠”라고 말했다. 애너하임=이서희 특파원
그는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를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다. 올 때마다 평균 6시간 정도 머물며 놀이기구를 즐기고, 시즌별로 달라지는 파크 풍경을 감상하고, 새로 나온 굿즈들을 산다. 양말부터 상의, 귀걸이, 머리띠까지 미키마우스로 온몸을 무장한 채로다. 놀랍게도 디즈니 캐릭터가 잔뜩 새겨진 옷들은 디즈니랜드만을 위한 특별복이 아니다. “평소에도 매일같이 입는 옷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테일러는 올해 38세인 아들과 함께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D23을 찾았다. 그는 “이번이 여섯 번째 D23”이라며 “올해 초 ‘광클’을 해서 3일짜리 티켓을 330달러(약 45만 원)에 샀다”고 뿌듯해했다. 하루 치 식량이 가득 담긴 알록달록한 디즈니 백팩을 등에 지고, 그는 이날 각종 부스를 바삐 돌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고(故) 월트 디즈니가 말했던 ‘마음만은 청춘(Young at heart)’이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당연히 다시 올 것”이라며 “다행히 내 일상은 디즈니와 함께이기 때문에 빨리 늙지 않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테일러 같은 마니아들을 위한 디즈니의 최대 팬 축제, D23이 9일 개막했다. 디즈니의 영어 첫 자 D와 회사 창립연도인 1923년을 조합해 만든 D23은 디즈니의 공식 팬클럽 명칭이자, 2년마다 여는 팬 대상 엑스포의 이름이다. 애너하임은 1955년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이자 디즈니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 생전 착공한 전 세계 유일 디즈니랜드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8회째를 맞은 이번 D23 엑스포에서는 그야말로 ‘디즈니의 모든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약 9만2,000㎡에 달하는 초대형 전시장에서는 디즈니 산하 스튜디오들이 작품별로 부스를 꾸리고 작품 속소품, 이미지, 각종 굿즈 등을 전시 및 판매했다. 오직 현장을 찾는 팬들만을 위한 165개의 콘서트, 팬미팅, 시연 등 행사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부스마다 이어진 긴 줄에도 참석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온전히 축제를 즐겼다. 이들의 연령은 부모 손을 잡고 찾은 어린 아이부터 청년, 테일러처럼 평생을 디즈니와 함께한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쳐 있었다. 국적 역시 다양했다. 주요 작품 속 캐릭터로 분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스타워즈 속 등장인물로 분한 한 커플은 “엑스포 참석만을 위해 캐나다에서 왔다”며 “내일은 ‘신데렐라’, 모레는 ‘미녀와 야수’ 속 인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년마다 여는 팬 축제 D23 개막 첫날인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앞이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올해 엑스포에는 “미국 50개주를 포함해 36개국에서 온 팬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디즈니 측은 밝혔다. 연 100달러를 내는 유료 팬클럽 회원 중에서도 예매 전쟁에서 성공한 팬들만이 운 좋게 참가 자격을 얻었다. 2022년 엑스포에 사흘간 14만 명이 참석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참석자 규모는 15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D23 엑스포는 디즈니의 일명 ‘플라이휠’(flywheel·회전판) 전략 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평가된다. 1957년 월트디즈니가 고안한 플라이휠은 디즈니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사업 부문이 상호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는 것을 뜻한다. 겨울왕국을 보고 자란 아이가 디즈니 테마파크에서 겨울왕국 놀이기구를타고, 겨울왕국 굿즈를 사 모으고,이 같은 몰입형 경험이 겨울왕국에 대한 그의 충성도를 더욱 강화시키는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디즈니는 이 같은 전략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회사다. 디즈니를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시킨 뒤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가 2년 전 복귀한 ‘디즈니의 전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9일 밤 엔터테인먼트 부문 쇼케이스에 깜짝 등장해 “각 사업은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디즈니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즈니 외에 누가 D23과 같은 주말을 만들어낼 수 있겠나”라며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이렇게 놀라운 회사를 이끌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애너하임=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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