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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아나운서실장 강영숙씨 별세
1964년 도쿄 올림픽 중계 등 맡아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Sep 11 2024 04:52 PM
【서울】 1950∼1970년대 인기 아나운서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아나운서실장을 지낸 강영숙 전 예지원장이 11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3세.
1931년 서울생인 고인은 부산 피난 시절인 1951∼1953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견습 아나운서를 거쳐 1953년 정식으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1972년 5월5일 남산야외음악당 어린이날 행사에서 육영수(오른쪽) 여사와 방송하는 강영숙씨. 연합뉴스 사진
1950년대 어린이 공개방송 '누가누가 잘하나'의 첫번째 여성 사회자로 활약한 것을 비롯해 퀴즈 프로그램 '무엇일까요'와 '꾀돌이 문답' 공개방송 사회자로 명성을 날렸다.
이장춘 전 KBS 관재국장은 "강영숙은 어린이 공개방송에선 간지러울 정도의 따스하고 달콤함을, 대북방송이나 뉴스해설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고 기억했다.
1959년 11월에는 '아나운서의 벗'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현직 아나운서가 출간한 최초의 단행본으로 추정된다.
1961년 문을 연 민영방송 MBC로 발탁된 뒤 어린이 대상 퀴즈 공개물 '누가 먼저 맞추나', 가족오락 퀴즈 프로그램 '쌍쌍파티',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 등을 진행하며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는 여성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했지만, 1980년대 초까지 계속 근무했다. 그만큼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MBC로 옮겨 여성 아나운서 1호로 도쿄올림픽(1964년) 중계를 했으며 여성 1호 국장을 지냈다.
1967년 여류방송인클럽 회장, 1971년 5월 MBC 라디오 아나운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MBC가 직제개편을 하면서 아나운서실을 TV와 라디오로 분리했을 때였다.
고인은 우량아 선발대회에 당선된 아기들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되며 영부인 육영수(1925∼1974) 여사와 인연을 맺었다. 1974년에는 예지원을 설립했다. 육 여사가 당시 신명순 어린이회관 관장에게 전통예절을 가르칠 민간 교육 장소를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이 계기였다.
육 여사 추도방송도 고인이 진행했다. 1980년 신군부 등장 이후 방송계를 떠나 예지원 내실화에 전념하다가 이순자 여사가 세운 새세대육영회 일을 돕기도 했다.
평화통일자문회의 전국 여성 부회장, 서울시정 자문위원, 서울올림픽 운영위원, 서울교통방송 시청자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훈장 동백장,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문교부장관상 등을 받았다.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정감있는 여성', '교양인의 해외여행', '누구나 알아야 할 생활예절' 등 저서를 남겼다.
유족은 KBS에서 6·25 전쟁 종군기자로 활동한 남편 한영섭씨와 사이에 3남으로 한기원(전 인베스트코리아 대표)·한기두(전 대한항공 상무)·한기조(사업)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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