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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같은 로봇, 연인 위해 살인까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써니'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04 2024 11:14 AM
감정 지닌 로봇을 아내에 남기고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남편·아들 AI 로봇과의 공존은 장밋빛일까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한다.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 옆에서 여러 가지를 돕고 외로움까지 덜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일까.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거짓말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드라마 ‘써니’는 누구나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①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수수께끼 남편
수지는 비행기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지는데, 남편이 남긴 로봇 써니와 지내게 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일본에 사는 미국 여성 수지(라시다 존스)는 큰 슬픔을 맞는다. 일본인 남편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어린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다. 수지는 사고 대책반 조사에 응하며 이상한 일들을 알게 된다. 마사가 유명 전자회사 이마텍에서 냉장고 부문에서 일한 줄 알았는데 회사는 냉장고를 안 만든 지 오래됐다. 수지는 마사의 업무가 로봇 만들기라는 걸 새로 알게 된다.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홈봇’이라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돼 있다. 홈봇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집 안 잡일을 도와주고 주인에게 말 상대가 돼 주기도 한다. “자라”는 한마디면 바로 정지 상태가 된다. 홈봇은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해킹당한 홈봇이 인간을 살해하기도 한다는 말이 도시 전설처럼 떠돌기도 한다.
② 왜 남편은 아내에게 로봇을 남겼을까
수지는 낯선 땅 일본에서 마사를 만나 결혼해 10년을 살았으나 남편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나이 든 남자 유키(구니무라 준)가 이마텍 동료라며 수지를 찾아온다. 마사가 수지에게 남긴 거라며 홈봇 한 대를 전한다. 수지는 로봇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다. 어머니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탔다가 사고로 숨져서다. 홈봇은 스스로를 써니라고 소개한다. 어디인지 남편을 닮은 구석이 있다. 왜 남편은 써니를 수지에게 남겼을까. 마사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
기이한 일은 더 있다. 누군가 수지를 감시한다. 마사 장례식에는 야쿠자 두목의 딸 히메(에하라 유키코)가 문상을 온다. 남편은 야쿠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던 걸까. 마사의 사망보험금 수령인은 수지가 아닌 다른 남성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수지는 10년 동안 산 남편을 제대로 알기는 했을까. 알쏭달쏭한 써니의 행보가 더해지며 의문부호는 커져만 간다.
③ 인간답다는 것에 대한 질문들
써니는 다른 가정용 로봇과 외양은 같으나 입력된 프로그램은 아주 다르다. 써니는 감정을 지닌 특별한 로봇이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마사는 사람의 외로움까지 덜어줄 홈봇을 만들고 있었다. 써니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이유로 실험은 중단되고, 마사는 의문의 사고로 사라졌다. 써니는 사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감정이다. 누군가를 위한 감정은 과연 좋은 일로만 이어질까. 예를 들어 누군가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마사는 써니의 ‘마음’이 수지를 향하게끔 프로그래밍했다. 써니는 수지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써니는 좋은 로봇인가, 나쁜 로봇인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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