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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넷플릭스 ‘흑백요 리사’ 흥행 비결

"계급장 따위 소용없다... 공정한 칼싸움만 있을 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11 2024 10:06 AM

요리 예능 ‘절대 권력’ 위치 백종원 미슐랭 안성재와 대립구도로 묘미 흑·백 계급구도 나눠 우려했지만 안대 쓰고 맛만으로 심사보는 등 위계·지연 봉쇄하며 시청자 호응


“들기름에 간장 맛이 섞이니까 아이디어가 좋아서…”(외식사업가 백종원)
“아이디어는 너무 좋았는데 이게 잘못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에요.”(미슐랭 3스타 식당 셰프 안성재)

백종원과 안성재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간장을 주재료로 만든 도전자의 음식을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심사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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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인 백종원이 눈을 안대로 가린 채 도전자의 음식을 맛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두 심사위원의 투표 결과는 1대1. 안성재가 심사 기준으로 “요리의 완성도”를 고집하자 백종원은 결국 그의 뜻을 따랐다. 백종원은 ‘한식 대첩’ ‘집밥 백선생’ ‘장사 천재 백선생’ 시리즈 등 요리 예능프로그램에서 늘 절대적 권력자로 그려졌다. 대중적 요리에 이력이 난 백종원을 고급 요리 즉 파인 다이닝의 선두 주자인 안성재는 심사 곳곳에서 견제했다. 카메라가 꺼지면 백종원이 안성재를 향해 “아니, 젊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라고 농담했을 정도. “백종원에 의한, 백종원을 중심으로 꾸려졌던 그간 요리 경연과 예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구 요리 심사 권력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흑백요리사’는 식상함을 지웠다”(김교석 방송평론가). 반전은 또 있다. “유명 셰프들이 단체 요리에서 기성 요리 세력의 문제점을 보고 반성하며 달라지는 게 ‘흑백요리사’의 묘미”(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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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유명 셰프들과 '무명' 셰프들이 각각 '백수저'와 '흑수저' 팀으로 나뉘어 경연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렇게 요리 경연을 둘러싼 다양한 권력 변화를 보여준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7일 처음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같은 달 셋째 주와 넷째 주(16~29일) 연속 비영어 TV 시리즈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엔 “재료가 이븐(even·고루 익음)하게 구워졌다” 등 안성재의 심사평을 따라 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일부 출연 셰프들의 식당은 요즘 예약 1분 만에 속속 마감되고 있다. 모두 프로그램 흥행 돌풍 여파다.

‘흑백요리사’는 유명 셰프는 ‘백수저’ 그룹으로, 덜 유명한 셰프는 ‘흑수저’ 그룹으로 나뉘어 총 100명의 셰프가 서로 ‘계급장’ 떼고 맞붙는 게 특징이다. 흑과 백이란 계급 구도를 깔아 공개 전 우려를 샀지만, 시청자들은 되레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한 시도에 주목했다. 두 심사위원은 흑·백수저 셰프들이 일대일로 경연할 때 안대를 쓰고 눈을 가린 채 음식을 맛본다. 백종원도 처음엔 “미친 짓”이라며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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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백종원(왼쪽)과 안성재 심사위원이 도전자의 음식을 두고 심사평을 주고받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 제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심사위원의 반감에도 제작진이 안대를 씌운 속사정은 따로 있다. ‘흑백요리사’엔 백종원, 안성재와 친분이 있는 셰프들이 나온다. 두 심사위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일대일 대결 때 불공정 시비를 최소화하려 한 게 제작진의 ‘안대 심사’ 연출 의도였다. 다소 무리수를 둔 시도였지만, 당연히 질 줄 알았던 무명 셰프 즉 언더독의 반란을 낳고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다. “‘헬스 키친’이나 ‘아이언 셰프’ 등 서방의 요리 서바이벌이 도전자에 대한 존중보다는 ‘강자끼리의 한판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거친 욕설로 긴장감을 높인다면, ‘흑백요리사’엔 도전자에 대한 심사위원의 독설이 배제되고 응원하며 보게 되는 게 차별점”(성상민 대중문화 평론가)으로도 꼽힌다. ‘흑백요리사’엔 심사 위원들이 도전자의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못 먹겠다”며 음식을 뱉는 무례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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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 예능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에서 심사위원이 도전자의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올리브TV 영상 캡처

 

제작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일부 유명 셰프들은 “내가 거기 왜 나가?”라며 출연을 거절했다. 백종원도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 심사는 부담됐고 “100명의 셰프가 출연하는 요리 경연 세트가 과연 잘 만들어질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우려를 깨기 위해 제작진은 첫 번째 경연 요리 세트 제작에만 30일을 쏟아부었다. 330㎡(1,000평)의 대형 세트에 싱크대와 상·하수도 및 가스관 설비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생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들이 많아 대결은 가게가 많이 쉬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만 진행됐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한 셰프는 “제작진이 ‘편하게 칼만 들고 오세요’라고 하고 어떤 걸 만든다는 얘기를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며 “출연 요리사들끼리 단톡방에서 ‘이거 하지 않을까’란 예상만 하며 전전긍긍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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