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두 발로 걷던 휴보·마루 다음은?
韓 멈춘 사이 다른 나라선 ‘질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22 2024 11:50 AM
IROS 참여 한국산 로봇 1개뿐 “가격·상업화 속도 기대 못 미쳐 정부 관심 줄며 연구 지지부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지능로봇시스템 콘퍼런스’(IROS) 이곳저곳에서 기량을 뽐내는 동안 전시장 한쪽에서 익숙해 보이는 로봇이 컵을 쌓고 있었다. 국내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바퀴형 휴머노이드, Y1이었다. IROS에 모인 수많은 휴머노이드 중 유일한 한국산이다. 현장을 가득 메운 중국산 휴머노이드 광풍에 “’중국 기업이냐’는 질문도 받았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국내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RB-Y1'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립전시센터(ADNEC)에서 열린 '국제 지능로봇시스템 콘퍼런스'(IROS)에 전시돼 있다. 이번 IRO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단 두 곳이었는데, 휴머노이드 같은 완성형 로봇을 만드는 곳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일했다. 아부다비=오지혜 기자
약 20년 전만 해도 세계 무대에서 최초를 써왔던 한국 휴머노이드는 왜 이렇게 종적을 감췄을까. 로봇 연구자들은 기존 기술의 한계와 함께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지원체계 구조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 ‘와봇’과 ‘아시모’를 앞세워 치고 나가던 일본을 한국은 2000년대 들어 바짝 추격해갔다. 2004년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휴보’를, 이듬해에는 ‘마루’를 만들었다. 정부는 이 같은 지능형 로봇을 ‘제2의 반도체’라 부르며 한발 앞서 나가려고 혈안이 됐다. 당시 산업자원부는 ‘자율형 로봇’을, 정보통신부는 ‘네트워크형 로봇’을 추진하며 부처 간 경쟁까지 붙었다고 연구자들은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동력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서서히 떨어졌다. 근본 원인은 기술의 한계였다. 당시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은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지금과 다르게 수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탓에, 환경이 바뀔 때마다 조정이 필요했다. 가령 조금만 땅이 기울어져 있거나, 계단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즉각 대응이 어려웠다. 기술 과시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답을 내놓지 못했다.
2000년대 초 오준호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그가 만든 국내 첫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휴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루 개발을 이끌었던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무슨 용도로 팔 수 있나’ ‘가격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고급스럽게 안정적으로 제작하려면 가격이 5억 원 이상 돼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니 당시 정부가 상업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 정부 관심이 식으면서 한동안 휴머노이드 연구과제도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손을 뗀 사이,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어졌다. 그 결과가 최근 몇 년 새 공개된 놀라운 성과들이다. 걷기도 어려워하던 휴머노이드가 공중제비를 돌고, ‘먹을 것을 찾아달라’는 주문에 사과를 내주는 능력도 생겼다. 그러자 한국도 부랴부랴 휴머노이드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올해 첨단 로봇 기술 개발 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됐고, 휴머노이드 연구과제도 다시 나왔다.
2000년대 중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마루'(왼쪽)와 아라. 아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루가 보행테스트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랫동안 로봇 분야에 몸담아온 중견 연구자들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국내 R&D 시스템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봤다. 오용환 KIST 책임연구원은 “한 분야를 잡고 수십 년을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국 공학계의 현실이다. 과제가 끊기면,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휴보 아빠’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선도적인 연구를 제안하면 ‘그걸 과연 어떻게 할 수 있냐’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그러다 선진국에서 뭔가 나오면 그보다 좋은 걸 빨리 내놓길 원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한국 연구자들은 위축되고 활력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부다비=오지혜 기자
www.koreatimes.net/핫뉴스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전체 댓글
Brendon ( jpa**@newsver.com )
Oct, 22, 02:48 PM민족의 반역자 부역자 윤석열, 김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