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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일상 속으로
빨래 개고 용접까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22 2024 11:51 AM
노르웨이 ‘네오’ 인간 닮은 손가락 유리잔 옮기는 등 섬세한 일 척척 美, 산업용 로봇 개발 현장 투입 ‘디지트’ 물류 창고서 상자 운반 中 ‘GR-2’는 물체 맞춰 힘 조절
소파에 앉아 신발끈을 묶던 여성이 고개를 돌려 휴머노이드를 바라본다. 여성이 말을 건네자 휴머노이드는 바닥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어 여성에게 건넨다.
지난 8월 31일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의 홍보 영상 속 장면이다. 노르웨이 기업 1X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네오는 키 160㎝, 무게 약 30㎏으로 성인 여성보다 왜소하지만 20㎏ 정도의 짐은 너끈히 들 수 있다. 특히 인간을 닮은 손가락이 장점이다. 빨래를 개거나 유리잔을 옮기는 섬세한 일도 할 수 있다. 1X는 올 연말에 네오를 일부 가정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상용화 전 ‘실전 경험’을 쌓으려는 것이다.
노르웨이 기업 1X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오른쪽)'의 홍보 영상 속 한 장면. 1X 유튜브 캡처
사람이 연기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가 최근 1년 새 쏟아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에 힘입어 사람의 행동과 언어를 학습한 로봇들이 연구실 밖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은 휴머노이드 개발을 국가가 나서서 추진하거나,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가장 발전한 건 미국이다. 세계 최고의 AI 기술력으로 로봇의 두뇌를 빠르게 진화시킨 덕분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동화를 위해 휴머노이드 제조기업들과 손을 잡으면서 탄탄한 생태계가 생긴 것도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2’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공장용 휴머노이드로 개발된 옵티머스2는 키 172㎝, 무게 56㎏으로 성인 남성과 비슷한 크기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에 기반한 고급 센서와 카메라 시스템으로 환경을 인식한다. 홍보 영상에서 옵티머스2가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옮기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모든 손가락에 센서가 달린 덕분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옵티머스2 두 대가 테슬라 자동차 공장에 투입돼 배터리 셀을 분류해 배송 컨테이너에 수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애질리티로보틱스가 개발한 ‘디지트(Digit)’는 미국 최초의 대량 양산형 휴머노이드다. 이족보행을 하고 팔로 물건을 옮기는 등 반복 작업에 최적화했다. 디지트는 올해 물류기업 GXO의 일부 창고에 투입돼 의류상자 운반을 하고 있다. 애질리티로보틱스는 자체 공장 ‘로보팹’에서 최대 1만 대의 디지트를 양산할 수 있으며, 내년부터 기업은 물론 일반 고객에게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360만 원)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은 미국을 어느새 바짝 추격해왔다. 정부가 나서서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주요 도시에 휴머노이드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가 최근 발표한, 키 130㎝, 무게 35㎏의 ‘G1’은 두 팔과 두 다리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산업용 휴머노이드다. 물건 운반은 물론 병뚜껑을 열거나 용접을 하는 등의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가격은 1만6,000달러(약 2,154만 원).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푸리에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GR-2’는 손에 6개의 촉각 센서와 동작 제어 알고리즘을 장착해 물체의 모양과 재료에 따라 힘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푸리에 창업자 구지에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값싸고 공중제비를 하는 로봇이 아닌,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작업하는 로봇”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이현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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