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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대신 별만 본 탓" 아인슈타인이 놓친 빅뱅우주
더 보는 만큼 더 알게 되는 우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22 2024 10:49 AM
유럽 유클리드 망원경 덕분에 130억년 전 탄생, 성단도 관측
아인슈타인은 뛰어난 물리학자였지만 스스로는 빅뱅우주를 알 수 없었다. 1929년 미국 천문학자 허블이 은하를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기술하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주구조 모형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에는 은하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우리 은하가 우주 전체라고 믿었다. 당시에는 하늘에서 보이는 별들의 평균 운동속도 값도 0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수축하거나 팽창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1917년 우주 모형을 제시했다. 이론으로 우주 구조를 최초로 설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였다. 그러나 틀렸다. 하늘에 보이는 별만 보고는 우주 구조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신동준기자
사실 우주 구조를 파악하려면 은하를 봐야 한다. 그런데 매우 어둡기 때문에, 은하를 보기 위해서는 큰 망원경이 필요하다. 허블은 당시 제일 큰 망원경으로 은하를 관측하고,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와 거리를 조사해 우주 팽창 증거를 1929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결과를 듣고 자신의 우주 모형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우주는 초기에 빅뱅이 있었으며 현재도 팽창하고 있다. 그래서 빅뱅우주라고 부른다.
최근 빅뱅우주 연구에는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웹 망원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망원경들은 미국 주도로 개발됐다. 2023년 7월에는 유럽 주도로 만든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허블이나 제임스웹보다 작지만, 이들을 능가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임스웹보다 100배나 넓은 면적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하늘에서 매우 크게 보이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으며, 또한 매우 넓은 우주의 영역을 연구할 수 있다.
유클리드 망원경으로 보는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모습.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를 품고 있는 거대한 천체다. 비교적 크게 보이는 천체들이 이 은하단의 가족 은하들이다. 출처: ESA/NASA
유클리드가 보내온 사진도 그 성능을 입증한다.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100배나 먼, 2억4,000만 광년 떨어진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모습이 선명하다.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를 품고 있는 거대한 천체이며, 사진에서 비교적 크게 보이는 천체들이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은하들이다. 좁쌀처럼 작고 어둡게 보이는 천체들은 은하단 뒤쪽 우주에 있는 은하들이며 수십만 개나 된다.
유클리드는 비교적 가까운 160만 광년의 거리에 있는 바나드은하(NGC 6822)를 관측한 사진도 보내왔다. 필자의 연구진은 2011년 지상망원경 관측을 이용, 이 은하 중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흥미로운 성단 4개를 발견해 학계에 발표한 적 있다. 흥미로운 천체를 최초로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한 일이다.
우주 기준으로는 지구와 아주 가까운 7,800광년 거리의 구상성단(NGC 6397)도 유클리드 망원경에 포착됐다. 이 성단은 우리 은하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구상성단이며, 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이 성단의 나이는 134억 년으로, 빅뱅 이후 4억 년이 지났을 때 태어났다. 사진에 보이는 별의 대부분은 이 성단의 가족들이며 40만 개나 된다. 이 성단도 맨눈에는 뿌연 성운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별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주는 보는 만큼 알 수 있다. 오늘날 우주 관측 자료는 그 양이 방대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해 우주에 관한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인공지능(AI) 관련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과학 연구에서 AI가 도입된 것은 비교적 오래됐으나 이를 이용한 연구는 최근에야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 우주 연구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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