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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인간 닮아야 하나?
소프트 로봇이 대안 될 수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25 2024 10:48 AM
곽소나 KIST 선임연구원팀, 국제로봇대회 최고상 인간 닮으면 범용성·효율성 높지만 막대한 시간·비용 등 걸림돌도 많아 예상치 못한 사고 땐 논란 커질 수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콜래봇’이라는 일종의 ‘로봇 사서’가 있다. 전용 앱을 통해 책을 검색하니, 그 책이 꽂힌 책장 한 칸이 쓱 튀어나왔다. 책장 높이까지 손이 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찰나, 바닥 한쪽에서 발 받침대가 다가왔다. 그 위에 올라서서 책을 꺼내 열람하러 가는데, 발 받침대가 자신에게 책을 올려두라는 듯 졸졸 쫓아왔다.
9월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작동 중인 로보틱 도서관 시스템 ‘콜래봇’. 책장과 책상, 의자, 조명 등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다수의 로보틱 제품 간 협업으로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박시몬 기자
KIST는 도서관 물건들에 로봇 기술을 입히고, 사람과 소통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콜래봇을 ‘로보틱 도서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없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을 돕는 기술의 본질은 같다.
휴머노이드가 인공지능(AI)을 만나면서, 영화처럼 일상을 함께하는 인간형 로봇이 현실화할 거란 기대가 크다. 그러나 냉소와 거부감도 적지 않다. 휴머노이드 개발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완벽한 휴머노이드가 과연 로봇 기술이 꼭 도달해야 할 지점일까.
로봇 연구자들은 휴머노이드의 장점으로 범용성과 효율성을 꼽는다. 콜래봇을 개발한 곽소나 KIST 선임연구원은 “인간의 형상으로 행동을 모사하는 휴머노이드는 별다른 환경, 도구의 변화 없이 현장에 투입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익숙한 모습이라 위화감이 크지 않아 효율적 상호작용도 가능하다”고 했다.
기계가 인간과 비슷하면 지시나 교정하는 과정이 좀 더 편하다. 조력자 역할을 부여하기가 다른 형태의 로봇보다 용이하다는 뜻이다. 사람과 비슷한 존재를 인공적으로 빚어내려는 재현 욕구 역시 과학자들이 휴머노이드를 쉽게 포기 못 하는 이유다. 조백규 국민대 미래모빌리티학과 교수는 “예술 작품도 그렇듯 사람은 사람과 닮은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본성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완벽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특히 시간과 비용이 문제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휴머노이드를 실현한들,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분야가 50여 년간 부침을 겪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AI 발달로 물리적 학습이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속도가 붙을 거란 예상이 많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2, 3년 안에 휴머노이드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여전한 걸림돌이다. 인간은 자신을 흉내 내는 존재에 대한 불편함, 거부감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해서다. 그래서 범용 휴머노이드가 시장에 나왔을 때 대중의 반응을 아직 확신하긴 어렵다.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나면 ‘캐즘’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완성형 휴머노이드를 추구하는 시류는 계속될 거란 전망이 많다. 다만 조금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령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리거나, 혹은 상체만 있는 형태로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중간 단계’로 보급하는 식이다.
특정 임무를 잘하는 기존 로봇에 인간적 요소를 담아내는 방법도 있다. 재료, 메커니즘을 바꿔 인체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 로보틱스, 로봇 간 연결성을 높이는 로봇사물인터넷(IoRT)이 좋은 예다. 송가혜 KIST 선임연구원은 “좁은 공간, 우주·심해 등 척박한 환경에서 본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소프트 로보틱스도 유망하다”고 소개했다.
휴머노이드의 완성이 다른 로봇의 종말을 뜻하진 않는다. 곽 연구원은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휴머노이드와 기존 로봇은 근본적으로 같다”며 “각각 역할이 무엇인지 전략을 세워 개발하고 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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