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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아니면 재판으로 기후정책 심판
토론토생태희망연대 칼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24 2024 07:39 AM
부족한 탄소감축 법원이 철퇴, 생명권 위협인정
기후에 관련된 정책과 법률이 이제 여러 나라에서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내려지고 있다. 멸종을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급격히 감축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실제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기후소송을 캐나다 최초의 역사적인 승리로 이끈 7명의 청소년들(15~27세). 사진 Evan Mitsui/ CBC)
적어도 기후에 관해서는 악덕 총리로 불리는 덕 포드 기후정책에도 철퇴가 가해졌다. 지난 17일 온타리오주 최고항소법원은 덕 포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터무니없이 부족해 미래 자신들의 삶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7명의 청소년이 제기한 소송의 판결에서 법원은 기후문제는 캐나다 헌장이 규정한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범위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판결했다.
연방 헌법의 한 부분인 ‘캐나다인의 권리와 자유헌장(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은 국민의 기본권(생명, 자유, 안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정부의 모든 정책은 이러한 연방법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소피아 매터 등 7명의 청소년들은 2018년 새로 정권을 잡은 덕 포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크게 줄이자 이에 반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포드 정부는 당초 2030년 배출양을 2005년 배출양에 비해 52% 줄이겠다는 이전 자유당 정부의 계획을 수정, 30%로 크게 후퇴시켰다.
환경법률 관련 자선 단체인 에코저스티스는 이번 판결이 획기적인 승리라고 평가하며 주정부의 기후정책이 헌장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인정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다른 여러 주에서 진행되는 수십건의 기후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BC대학교의 스테판 우드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청소년들이 하급법원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3인 재판관 만장일치로 결정된 이번 판결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청소년들에게 큰 승리”라고 격려했다.
맥길 법학부의 부교수인 세바스티앙 조도인은 다른 주나 연방의 여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전 정부가 설정했던 탄소감축 목표를 줄이려는 반 기후적 정부의 정책에 크게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은 “주정부가 청소년과 미래세대에 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헌장을 위반하여 생명권을 위협할 만큼 많은 탄소배출을 허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너무 구체적인 내용이라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에코저스티스의 변호사 프레이저 톰슨은 이번 판결은 온주 정부를 코너에 몰아넣은 것이라며 "온주의 부적절한 기후 대응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온타리오주 법무장관 대변인은 "항소법원의 결정은 온주 기후변화 계획이나 목표의 합헌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공을 기반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C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했다. 여전히 하급심에서 다퉈 보자는 안이한 심사를 내비쳤다.
몇 년 전에도 국내에서 비슷한 소송이 19명의 청소년들에 의해 제기됐었다. 이들은 캐나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너무 부족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인 헌장의 생명 자유 안전권을 침해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0년 연방 법원은 너무 광범위하고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며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기후 정책이 정치적 선택에 해당하며, 사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밝혔으니 몇 년 사이 법원의 판결에 큰 진전이 생긴 것이다.
지난 주 칼럼에 썼듯이 한국도 지난 8월29일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의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었다. 역시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돼 진행한 소송에서 처음 승리한 사례였다.
이제 캐나다와 한국 뿐 아니라 2015년 네덜란드와 파키스탄, 2021 독일과 프랑스, 콜롬비아, 영국,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후 소송에서 승리하고 있어 한가지 희망을 가져 본다. 각국 정부의 현 정책을 막을 방법이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뿐이었으나 이제 법원의 제동이라는 또다른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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