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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간의 '행복'을 위한 휴머노이드"
UCLA 로멜라연구소 데니스 홍 교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1 2024 10:20 AM
환경에 적응, 복잡한 도구 사용 등 로봇이 사람 형태면 더 많은 일 가능
24일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 행사장인 대구 엑스코(EXCO)에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로봇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산하 로멜라(RoMeLa)연구소가 개발한 ‘아르테미스’. 키 142㎝, 무게 38㎏인 이 로봇이 두 발로 뚜벅뚜벅 걷더니 공을 뻥 차자 지켜보던 관객들은 ‘오~’ ‘우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눈을 떼지 못했다. 걷기에다 달리기 속도도 빠르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는 아르테미스를 국내에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멜라연구소장 데니스 홍 교수가 24일 한국일보와 만나 세계 최고 이족보행 로봇으로 평가받는 ‘아르테미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멜라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여러 로봇들을 가지고 왔다”며 “특히 카메라 2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명령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아르테미스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족보행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첫선 이족보행 로봇 ‘아르테미스’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서 로멜라연구소 관계자가 최신 차세대 이족보행 로봇 ‘아르테미스’ 작동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세상에서 가장 빨리 뛰는 로봇이라는 별칭도 있는 아르테미스는 지난 7월 열린 국제로봇대회 ‘로보컵’ 휴머노이드 어덜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로봇의 끝판왕은 야외에서 아무런 안전줄 없이 걸어 다니는 로봇이에요. 사람처럼 무게중심을 잡으면서도 무리 없이 걷고 뛰려면 다리가 가벼워야죠. 발도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2050년까지 로봇 축구팀과 인간 월드컵 우승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예요. 하하”
“쓸모 있냐고요? 미래 기술에 달려”
연구소는 아르테미스 외 다른 로봇 11종도 소개했다. 커다란 헬륨 풍선을 매단 이족보행 로봇 ‘발루’도 가녀린 다리로 공중에 떠다니듯 이동하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모습에도 상단 헬륨 풍선이 균형을 잡아줘, 안정적 보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관람객들은 “이 로봇이 과연 쓸모 있을까”라며 갸우뚱했다. 홍 교수는 “이런 로봇으로 여러 데이터를 축적하면 먼 미래 집에서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재난 현장이나 수명이 다해 저절로 분해되는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왜 휴머노이드 로봇에 열광할까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로봇이 청소와 빨래, 음식도 해주는 세상이 오길 바라죠. 그런데 현재 개발되는 로봇들은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효율적일 순 있지만, 그것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한계예요. 지금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사니까, 로봇이 사람 형태라면 환경에 적응하고 복잡한 도구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로봇에게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오라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로봇을 위한 새 냉장고를 만드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급성장… 한국은?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미국 데이토나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시각장애인인 마크(왼쪽)가 브라이언을 운전해 결승선에 들어온 뒤 홍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인플루엔셜 제공
홍 교수는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술이 정체됐다고 진단했다. 연구소의 아르테미스처럼 세계적인 기술이 집약된 로봇을 제작하려면 연구진이 고난도의 수학과 과학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데, 로봇 개발 분야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팀이 2002년 개발한 로봇 휴보를 예로 들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휴보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후 다이내믹하게 걸을 수 있는 로봇이 나오진 않았어요.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중국은 수시로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와요.”
궁극적 목적은 “이로운 사회를 위해서”
로봇를 개발하려면 ‘엉뚱한 상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자신에게 황당한 질문을 던지고, 황당한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기도 한다”며 “가령 ‘지구 중력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같은 발상에서 로봇 개발이 시작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행복한 일상생활을 위해’ 개발하는 겁니다. 로멜라연구소도 마찬가지고요. 당장 쓸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언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연구를 하고 있죠.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로봇을 써보면 좋겠다’는 목표로 일해요.”
다음 목표는 아르테미스의 ‘두 팔’
24일 UCLA 로멜라연구소장 데니스 홍 교수와 소속 학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홍 교수는 아르테미스를 위한 새로운 팔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공개했다. 현재 아르테미스는 하체 중심으로 움직여, 팔을 이용한 기능은 부족하다. 벽을 기어오르고, 텀블링을 하는 아르테미스를 선보이겠다는 것. 그러려면 로봇 무게를 지탱하거나 버틸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팔이 필요하다. 또 로봇이 넘어질 때 보다 안전하게 넘어져 고장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일어서도록 기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홍 교수는 “아르테미스는 걷고 뛰기만 하도록 설계한 로봇이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팔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많아진다”고 말했다.
“언제 완벽한 기술이 개발되냐고요? 그건 저도 알 수 없죠. 하하!”
대구=글·사진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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