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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나고 기침, 감기겠지?”
백일해 환자 90배 급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4 2024 12:43 PM
콧물 등 초기 증상 감기와 비슷 발작성 기침 6~8주간 지속 고통 영유아 예방접종 안 하면 치명적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도 4배 늘어
생후 270여 일 된 아기를 키우는 강모(37)씨는 기침·콧물 약을 받아왔다. 미열이 나기 시작한 아기의 콧물·기침이 심해진 탓이다. 그는 “병원에선 바이러스성 감기라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기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기침은 심해져 기침 후 헛구역질까지 했고, 체온도 38도를 넘겼다. 부랴부랴 다른 병원을 찾은 강씨는 검사 후 아기가 백일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백일해가 유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초기 증상이 감기와 같아서 백일해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100일 동안 기침(咳)을 한다는 뜻의 백일해(百日咳)가 유행하고 있다. 백일해에 걸린 신생아나 영아는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유의할 필요가 있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백일해 환자 수는 2만6,299명이다. 지난해 전체 백일해 환자 수가 292명, 2022년엔 31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충북의 경우 올해부터 9월까지 백일해 426건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5건)보다 85배 확대된 규모다. 백일해 환자가 치솟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박성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백일해 유행이 없었고, 다수 국가에서 예방 접종률이 감소한 점, 해외 교류가 증가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유럽 등에서도 백일해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제2급 감염병인 백일해의 주요 환자는 소아청소년이다. 이들의 비중이 전체 환자의 90%를 차지한다. 백일해 증상은 카타르기(1~2주)→경해기(4주 이상)→회복기(2~3주)로 나뉜다. 카타르기는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콧물과 미열, 결막염, 기침 등 상기도(기도의 상부)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백일해균의 증식이 가장 활발하며 전염력이 높은 시기다.
경해기에 들어서면 심한 기침, 숨을 들이쉴 때 ‘훕’ 소리가 나는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 후 구토, 끈끈한 가래, 피부 등이 푸르스름한 색을 띠게 되는 청색증도 나타난다. 이후 회복기에서 발작성 기침의 횟수·정도가 줄어든다. 보통 6~8주에 걸쳐 진행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증상이 3~4개월 계속될 수도 있다.
백일해는 감염자의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진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 콧물이나 가래 등 호흡기 분비물 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백일해 유행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백일해 유행 시 생후 6주 이후 영아부터 7세 미만의 경우 백신(DTaP)을 최소 4주 간격으로 3회 맞아야 한다.
영유아를 돌보는 가족도 백신(Tdap)을 접종하는 게 좋다. 임산부도 임신 27~36주 사이에 백일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임신 중 백신 접종 시 산모에게서 형성된 항체가 태아에게도 전달돼 백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임신 중 백신 접종은 생후 3개월 미만 영아의 백일해로 인한 입원과 백일해에 따른 사망을 90% 넘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해 치료에는 항생제를 쓴다. 박 교수는 “항생제 치료는 전파력이 높은 시기인 증상 발생 3주 이내 시작하는 게 좋고, 3개월 미만 영아나 심폐·신경 질환이 있는 소아는 합병증으로 2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병원에 입원해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일해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만큼 치명적”이라며 “신생아의 경우 치명률이 4%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에 예방접종과 발병 시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호흡기 질환의 또 다른 불청객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다. 해당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올해 들어 2만 명이 넘었다. 지난해 전체 환자 수(4,373명)를 크게 웃돈다.
최근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봄철(3월 25~31일·13주 차)만 해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96명에 불과했으나, 최근(10월 7일~13일·41주 차)엔 그 숫자가 1,001명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역시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박준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는 “기침과 가래가 점차 심해지고 발열, 오한, 인후통 증세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균은 주요 폐렴의 원인균으로 10~15% 안팎은 중증 폐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1차 항생제를 투여하고도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그대로거나,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폐렴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해당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2차 항생제로 바꿔야 한다.
해당 폐렴으로 열이 날 때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보단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제가 더 효과가 좋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린 후 체온이 오르고 몸살이 생기는 건 세균 감염에 따른 염증 반응 때문”이라며 “염증 반응을 잠재워줄 소염 기능이 있는 이부프로펜 계열 해열제가 조금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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