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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불 넘는 신차 매일 3대씩 '박살'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 테스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10 2024 12:52 PM
1만5000회 사고 시뮬레이션하고 150회 실제 충돌 테스트 후 양산 충돌 지점 바닥엔 투명 유리 설치 전기차 배터리 파손 여부도 확인
10월 2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진델핑겐에 있는 5만5,000㎡ 규모의 메르세데스-벤츠(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TFS)에 ‘퍽’ 소리와 함께 귓가를 찢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벤츠에서 올해 첫 출시한 1억6,000만 원짜리 전기차 EQS가 시속 64km로 질주하다가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자 수십 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얀 연기와 함께 차량 앞부분 보닛이 찌그러지고 차량 안 각종 구성품들이 드러날 만큼 강력한 충돌이었다. 앞바퀴는 본래 자리를 벗어나 차량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고 냉각수 파이프도 부서져 바닥이 액체로 흥건하게 젖었다.
독일 진델핑겐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에서 충돌 테스트 후 EQS 차량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벤츠는 2016년부터 이곳 센터에서 하루 세 대, 1년에 900대가량을 부숴가며 안전성을 확인한다. 에어백이 터지는 속도, 충돌 직후 반응 등에 있어 차량 안전성은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 사이에 결정될 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벤츠가 충돌 테스트를 도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산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에서 1만5,000회 사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한편 약 150회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제품이 나온다.
율리아 힌너스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특히 벤츠는 법적 요건, 소비자 안전 등급, 이보다 훨씬 까다로운 내부 기준 등 세 가지 차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5,400건의 사고 데이터를 모았는데 사고 현장, 사고로 변형된 차량의 모양, 탑승자들이 어떤 상해를 당했는지 등이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의 파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충돌하는 지점의 바닥 부분을 투명한 유리로 설치했다. 전기차에 사고가 나면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전압 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벤츠는 EQS를 비롯한 전기차 사고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충돌 시 차량이 변형돼도 가장 영향을 적게 받는 차량 바닥면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차체 바닥은 고강도 강철로 이뤄진 보호막으로 감싼다. 양극과 음극 배선을 분리한 폐쇄 전기 회로를 통해 합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마르셀 브로드벡 전기차 충돌 시험 엔지니어는 “사고 직후 고전압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차가 0.01초 수준으로 사고가 다가온다는 걸 감지해서 고전압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날 헤델핑겐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는 집게손을 가진 50여 개 로봇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배터리 셀을 팩으로 차곡차곡 조립하고 있었다. 약 1만6,500㎡ 규모의 이곳에 있는 300m 가까운 생산 라인에서 70개 이상의 생산 스테이션을 통해 복잡한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현장 관계자는 “배터리 속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전자 부품 조립 과정을 23개의 카메라가 작업 단계마다 실시간으로 살핀다”며 “이후 직원들이 품질이 완벽한지 따져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만든 배터리팩의 모든 정보는 전자문서로 30년 동안 보관된다”며 “부품 생산지뿐 아니라 구성 방식, 검수 직원 등 정보도 함께 저장해 완성차 생산 이후 배터리 품질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벤츠는 7월 독일 운터튀르크하임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인 e캠퍼스를 열고 전동화 분야에서의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21일 방문한 e캠퍼스에서는 연구원들이 ①실리콘 복합재 기반 고에너지 음극재를 담은 리튬이온전지 ②코발트프리(NMX) 양극재 ③’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극 생산부터 셀 조립과 전해질 충전, 초기 충전·방전까지 모든 단계의 연구가 이뤄진다.
벤츠의 목표는 ‘메르세데스-벤츠 DNA’를 가진 최고 성능의 배터리 셀을 개발하는 것이다. 노먼 방에만 e캠퍼스 산업 셀 연구소 운영 담당 매니저는 “몇 년 안에 배터리 생산 비용을 30% 넘게 줄이면서도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며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의 상당 부분을 자체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델핑겐·운터튀르크하임=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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