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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의 주역들
배우지 못한 이들의 참정권을 거부했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7 2024 03:53 PM
주마다 다른, 복잡한 선거제도 박빙 경쟁에 복잡한 선거제도 미국, ‘선거인단 제도’가 핵심 득표 앞선 후보가 패배할 수도
필자는 얼마 전 한국 매체로부터 11월 5일 미국 대선 출구 조사 결과가 언제쯤 발표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투표가 끝나면 전국에 곧바로 공개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각각 다른 6개 시간대가 있고, 선거제도가 주마다 다르고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시간대가 앞선 곳의) 출구조사가 공개될 경우, 미처 투표를 마치지 못한 곳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선거전 마지막 날인 4일 펜실베이니아주 대도시 피츠버그 유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사진) 부통령과 같은 날 같은 도시 다른 곳 유세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츠버그=AFP 연합뉴스
신성로마제국을 본뜬 미국 선거인단 제도
미국인도 인정하는, 미국 대선의 복잡성은 4년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제도에서 비롯된다. 선거인단 제도는 18세기 미국을 세운,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들이 발명한 제도는 아니다.
서기 962~1806년 중부유럽에 존재했던 신성로마제국의, 종교 지도자와 세속 지도자를 대표하는 ‘선제후’(prince-elector)들이 황제를 선출했던 방식에서 유래했다.
미국 선거인단은 538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미국의 각주(워싱턴 DC 포함)에서 파견하는 연방의회 대표단(하원과 상원의 총 구성원 수)과 같다. 대통령을 선출하려면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이 필요하다.
대부분 주는 주민의 직접투표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모든 선거인을 몰아 주는 ‘승자 독식’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2개 주는 그렇지 않다. 네브래스카와 메인주에서는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회 간접투표로 선출하는 것과 국민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의 타협안으로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했다. 총 득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패배한 경우가 5번 있었는데, 2000년과 2016년도 그랬다.
주마다 선거제도가 다른 것도 미국 선거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 네브래스카와 메인이 ‘승자독식’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국 이래 연방정부와 주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됐는데, ‘건국의 아버지’들은 연방에 위임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각 주가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의 헌법 제10조 개정안을 채택했다.
연방헌법은 선거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주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 사전투표 및 우편투표에 대한 규칙도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그 어떤 주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관리하는 경우가 없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선거구 획정을 주 의회에서 하지 않는다. 52개 선거구 획정을 5명의 공화당원, 5명의 민주당원, 그리고 정당 소속이 없는 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런 방식의 위원회를 운용하는 9개 주 중 하나이다.
캘리포니아는 2012년부터 소속 정당 구별없이 모든 후보가 예비 경선을 치른 뒤, 11월 결선에서 상위 2명이 겨루는 ‘정글 예비선거’ 방식으로 하원과 상원의원을 선출한다. 그래서 같은 정당 소속의 후보가 맞대결하는 경우도 있다. ‘정글 방식’은 캘리포니아와 함께 워싱턴주만이 도입했다.
복잡한 투표 절차 선호하는 美 공화당
1992년 이후, 2004년 대선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전체 표 대결에서는 늘 승리했다. 선거인단 제도가 아니었다면, 앨 고어(2000년)와 힐러리 클린턴(2016년)이 당선됐을 것이다.
그리하여 선거인단 제도는 공화당이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은 불편하게 여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각 주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공화당은 투표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투표의 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사실 ‘건국의 아버지’들은 (18세기에) 무지한 사람들의 참정권 행사를 원치 않았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분위기 때문에 연방선거 규칙은 끊임없이 바뀌고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 와중에 유권자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대신 환멸을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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