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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마카세’ 차문화 확산
90분간 3잔 홀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5 2024 09:45 AM
젊은층 ‘헬시 플레저’ 트렌드 타고 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 대신 각광 “전문가가 골라주는 ‘큐레이션’ 식음료 시장 전반으로 확산 추세”
김한별씨가 서울 서대문구 티 전문점 '다도레'에서 체험해 본 티마카세. 김한별씨 제공
“커피는 솔직히 ‘오늘 살려고 마신다’ 이런 느낌이죠.”
대학생 박수연(22)씨는 요즘 커피 대신 차(Tea)를 즐겨 마신다. 그는 “커피의 카페인이 부담스러울 때 차를 찾는다”며 “차는 덜 자극적이고 마실 때 자연스럽게 쉬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티마카세’도 5, 6번 경험했다. 티마카세는 티 전문점에서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차 2, 3잔과 여기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통상 1시간~1시간 30분가량 제공하는 티 코스다. 1인당 3만~5만 원대다. 박씨는 “티마카세는 여러 종류의 차 맛과 향을 음미하며 차를 구매하기 전에 취향을 알아볼 수 있어 좋다”며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티 전문점 '티퍼런스 서울'에서 일주일에 한 번 티마카세를 운영한다. 해당 코스에서는 퍼플티를 매개로 블렌딩한 다양한 차를 음미할 수 있다. 출처 '티퍼런스 서울' 인스타그램
커피 공화국, 한국에 진정한 ‘티타임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일본, 중국에 비해 차 문화가 빈약했던 한국이 달라지고 있다. 20, 30대를 중심으로 ‘건강함’과 ‘새로움’을 이유로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알록달록한 찻물, 형형색색 디저트를 아름다운 다구와 함께 즐기는 차 문화는 보는 즐거움이 맛만큼 중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유명 티마카세는 한 달 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는 ‘힙한’ 데이트 코스 성지가 됐다.
티 소믈리에인 양영민 아시아티문화연구원 대표는 “차 강의를 시작하던 10년 전만 해도 수강생 대부분이 50, 60대였는데 지금은 한 명 빼고 다 90년대생”이라며 “이효리나 태양 같은 연예인들이 부기를 뺀다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방송에 자주 노출되고, 커피는 까만색 한 가지지만 차는 여러 수색이 나오고 다구들이 워낙 예쁘다 보니 SNS에 올리기도 좋은 게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의 티 전문점인 '오므오트(OMOT)'에서도 티마카세인 티 세레모니를 운영한다. '오므오트(OMOT)' 인스타그램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이다 보니 20, 30대의 관심이 비교적 새로운 차 시장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리스타인 김한별(28)씨는 “사람들이 차는 매실차와 오미자차, 티백 녹차 정도 생각했다가 티 오마카세 경험으로 차 문화의 다채로움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연씨도 “커피에 산미니, 루왁 커피니 다양한 맛이 있다고 해도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며 “그러나 차는 향과 맛이 차마다 확연히 다르고 선택의 폭이 넓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규민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차와 커피, 와인 같은 기호품은 산지나 제조 방식이 세분화하고 스토리가 입혀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고급화하는 특징이 있다”며 “차도 워낙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와인처럼 새로운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티 전문점인 '다도레'에서 티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김한별씨 제공
젊은 층이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트렌드)’를 추구하는 것도 차 문화가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대부분의 티 전문점에서는 ‘티 테라피’라는 이름으로 해당 차가 가지고 있는 건강 효능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차마다 각각 ‘피로 해소’, ‘소화’, ‘부기 관리’ 등에 좋다고 소개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커피 한 잔에 카페인이 10~20g 들어있다면 차 한 잔에는 보통 1~2g이 들어 있다”며 “커피가 패스트푸드라면 차는 슬로푸드에 가깝다”고 말했다. 커피가 사람을 각성하게 한다면, 차는 사람을 차분하고 안정되게 만드는 음료라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의 티 전문점인 '오므오트(OMOT)'에서도 티마카세를 운영한다. '오므오트(OMOT)' 인스타그램
티 소믈리에가 고요한 공간에서 소수에 차를 제공하는 티마카세는 차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경험이다. 수년 전부터 호텔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차보다는 디저트에 힘을 줬다면, 티마카세는 차를 온전히 중심에 둔다. 디저트는 핑거 푸드로 곁들이는 정도다. 전문가가 차에 대해 설명해 주며 눈앞에서 차를 우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지혜 ‘트렌드코리아’ 공저자(서울대 소비자학과 강사)는 “요즘은 녹차도 뭉뚱그려 다 똑같은 녹차가 아니라 어디에서 온 녹차인지, 세밀하게 구분해서 마신다”며 “그만큼 한국 식음료 시장 수준이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류도 많고 의사 결정할 게 너무 많다 보니까 전문가가 선별해 골라 주는 ‘큐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식음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김민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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