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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가장한 복수, 텍스트 밖 진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디스클레이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3 2024 11:59 AM
주인공 일상 흔드는 소설의 공격 쿠아론 감독의 영상미와 반전 속 글이 만드는 맹신 생각해보게 해
캐서린은 재력가 남편과 화목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명 저널리스트인데 어느 날 감추고 싶은 과거 때문에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추락할 위기에 처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캐서린(케이트 블랜쳇)은 유명 저널리스트다. 사실로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까지 받았다. 추종자가 있을 정도로 명예가 있고, 남편의 재력으로 물질적 풍요까지 누리는 그는 어느 날 수상한 책을 받는다. 소설을 외피로 한 책은 20년 전 캐서린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① 잘나가는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과거
조너선은 빛나는 청년이었다. 적어도 그의 모친이 쓴 소설 속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정말 그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애플TV플러스 제공
책의 중심인물은 조너선(루이스 파트리지)이다. 그는 막 대학에 입학한 후 연인과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다니고 있다. 풋풋함 그 자체인 조너선은 연인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면서 홀로 여행한다. 그는 지중해변을 여행하다 관능적인 유부녀 캐서린과 마주친다. 소설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낭만적인 정염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해변에 있다가 조너선이 변을 당한다. 캐서린의 5세 아들을 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소설을 쓴 이는 조너선의 어머니 낸시(레슬리 맨빌)다. 조너선의 아버지 스티븐(케빈 클라인)이 집 정리하다 우연히 글을 발견하고 소설을 낸다. 복수를 위해서다.
② 캐서린은 정말 나쁜 여자인가
아들을 잃은 부부는 세상에 분노한다. 분노의 화살은 유명 저널리스트 캐서린으로 향한다.
소설에 따르면 캐서린은 파렴치하다. 젊은 남자를 유혹하고 그 남자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죽었는데 모른 척한다. 조너선의 비극적 사연 때문에 낸시는 슬픔에 빠져 있다가 병까지는 얻는다. 캐서린의 차가운 응대가 낸시를 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정의를 외치는 올곧은 저널리스트라고 자부하는 이의 악마적 면모다. 캐서린은 정말 악마적 팜파탈일까.
스티븐은 캐서린 주변에 책을 뿌리며 캐서린을 조금씩 옥죈다. 캐서린의 가정은 흔들리고, 캐서린의 삶 전체가 요동친다. 하지만 캐서린은 사생활이라며 20년 전 일을 언급하기 꺼려한다. 캐서린은 정말 과거 부도덕한 일을 저질러 입을 다무는 것일까. 캐서린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스티븐의 공격을 아무 일 없는 듯 넘길 수 있을까.
③ 진실은 텍스트 밖에 있다
20년 전 이탈리아에서 조너선과 캐서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캐서린은 정말 악독한 팜파탈이었을까. 애플TV플러스 제공
드라마는 정욕의 판타지로 초반부를 장식한다. 조너선의 생기 넘치는 젊음, 캐서린의 일탈이 지중해변의 햇살과 어우러진다. 소설 속 20년 전 이탈리아 날씨는 비를 종종 흩뿌리는 영화 속 지금 영국 런던의 날씨와 사뭇 다르다. 조너선과 캐서린은 남들이 손가락질할, 하지만 서로는 진심이라 굳게 믿을 사랑을 한 것일까.
결말 부분에 강력한 반전이 기다린다. 소설에 문자로 각인된 내용은 진실과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게다가 문자로 형상화된 내용에 홀린다. 보지 못했기에 문자가 구축하는 허구의 세계는 단단하기 만하다.
캐서린이 저널리스트로 설정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진실을 좇는 언론인이나 기사 속 진실이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내가 확실하다고 맹신하는 사실은 진정 세상에서 일어난 일일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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