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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박’ 신약, 우리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신약 1개 매출이 33조 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0 2025 12:50 PM
돈 없어 신약 개발 못하는 것 아냐 핵심은 업계 리더십과 전략 부재
필자가 1996년 설립했던 바이로메드의 목표는 유전자치료제의 개발이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개념 치료제였고, 약물을 구성하는 물질도 상용화된 적이 없었다. 유전자치료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자들이 1989년 암 환자, 1990년 희귀유전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내가 박사 후 일하던 미국 MIT 화이트헤드 연구소 3층은 당시 유전자치료의 핵심 기술인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로 가득했다.
필자가 귀국하던 1992년, 국내 제약업계는 영세했다. 연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는 제약사가 2개 정도였다. 복제품이 주요 파이프라인이었고, 신약은 모방 수준의 개량의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교수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겠다니 “가상하다”는 냉소적 칭찬에서 “허황된 기술”이라는 비난까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 동안 한국 제약업계도 많은 도전과 노력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 중 LG생명과학의 노력이 돋보였다. 개량 의약으로 미국 임상에 도전하여 세계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항생제 팩티브와 인성장호르몬으로 미국 임상 3상에 성공했으나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한미약품은 혁신적인 약물전달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였다. 수령한 선급금만 5,000억 원을 상회한다. 지금 봐도 감동적인 성과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롤베돈’ 1개 제품만 임상 3상 후 미국 시장에 진입했고, 대부분 프로젝트는 반환 혹은 중단되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20여 년 전 아웃사이더였던 서정진이 뚝심으로 셀트리온을 이끌며 온갖 비아냥 속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더니 이제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종기원을 통해 10여 년 이상 바이오 분야에 문을 두드리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기 어려운”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선회하여 돈을 번다. 하지만 삼성이 가진 글로벌 인지도, 거대한 자금력, 인재 흡인력을 감안할 때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은 아쉬운 일이다.
2023년 글로벌 의약시장의 최고 매출 의약품은 머크의 ‘키트루다’로서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기록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276만 대를 수출하여 93조 원을 벌어들였다. 키트루다 같은 신약이 3개 있으면 한국 중추산업의 수출총액을 능가한다. 우리 반도체 수출액은 990억 달러(130조 원)였는데, ‘존슨앤드존슨’은 다잘렉스로 13조 원을 벌았다. 이런 것 10개를 만들면 반도체 수출 규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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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신약개발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은 틀린 말이다. 연구에서 임상 3상을 거쳐 시판 허가까지 1조원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거의 20년에 걸친 모든 개발비용을 합한 것이고, 50% 이상의 자금은 임상 2상부터 발생한다. 모든 돈을 혼자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개발 전략만 잘 짜면 우리의 중견 제약사들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규모이다.
바이로메드(후에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여 6개 질환에 대해 임상시험을 했고 이 중 1개 질환에 대해서는 임상 3상에 성공했다. 관련 시장규모는 20조 원에 이른다. 25년 동안 약 3,000억 원을 사용했는데 그중 상당액은 마지막 6년 동안에 발생했다.
창업 이후 필자는 1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지금 국내에는 연간 100억 원 정도를 신약개발에 쓸 수 있는 자금력은 물론 훌륭한 인재와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즐비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백명의 우수 연구인력을 이끌 한 명의 지휘관 혹은 사령탑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사람과 전략이다.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지 논해 보겠다.
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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