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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포에게 드림’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15 2025 04:59 PM


을사년(乙巳年) 첫 일요일,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며 ‘이것들을 언제 다 치우지…’하는 걱정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서재에 있는 책의 8할은 이민 올 때 가져온 것이고, 그중 5할은 아직 읽어 보지도 못한 책들이다. 여기에는 아내가 시집오면서 가져온 책도 있다. 그 틈에 <일정하 동아일보 압수(押收) 사설집>이라는 책이 보였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쩌다 자기가 이 책을 갖게 된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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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는 독립운동으로 4 차례의 감옥 생활 끝에 얻은 병이 악화되어 1939년에 만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하여튼 이 사설집은 일제강점기 기간인 1920년부터 1940년 사이에 일정당국에 의해 압수되어 햇빛을 보지 못한 사설, 논설, 기고 등을 엮어 1978년에 동아일보가 비매품으로 발간한 것이다. 선인들의 고난에 여정을 되새기고,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글을 묶었다고 한다. 

목차를 따라 쭉 내려가는데 흥미로운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1925년 1월 23일에 기고한 글이다. 하지만, 글자 편집이 세로 배열이고, 한자가 많아 수시로 옥편을 찾아야 해서, 읽어 나가는데 인내가 필요했다.

고국에 계시는 부노(父老)와 형제자매 들이여. 나는 자모(慈母)를 떠난 어린아이가 그 자모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고국을 그리워합니다. 얼마 전에 고국으로부터 온 자매의 편지를 읽다가 “선생님, 왜 더디 돌아옵니까? 고국의 산천초목 까지도 당신이 빨리 돌아옴을 기다립니다”한 구절을 읽을 때에도 비상한 느낌이 발발(㴾發)되었습니다. 

더욱이 이때는 여러분의 부노와 형제자매들이 비탄과 고난을 받은 때이라 고국을 향하여 일어나는 생각을 스스로 자제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하시는 일을 직접으로 듣고자 하오며 또 나의 품은 뜻을 여러분께 직접 고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일찍 눈물로써 고국을 하직하고 떠나왔거니와 다시 웃음 속에서 고국 강산을 대할 기회가 오기 전에는 결코 돌아가기를 순치 않습니다. <중략> 

비관적인가 낙관적인가 묻노니, 여러분은 우리 전도(前途) 희망에 대하여 비관을 품으셨습니까? 낙관을 품으셨습니까? 여러분이 비관을 품으셨다면 무슨 때문이며 또한 낙관을 품었으면 무슨 때문입니까? 

시세(時勢)와 경우(境遇)를 표준 함입니까? 나는 생각하기를 성공과 실패가 먼저 목적 여하에 따라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입니다. 그런 측 우리의 세운 목적이 옳은 줄로 확실히 믿으면 비관은 없을 것이요, 낙관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역사를 의지하여 살피면 그른 목적을 세운 자가 일시일시 일시적 성공은 있으나 결국은 성공하고야 맙니다. 

그러나 옳은 목적을 세운 사람이 실패하였다면 그 실패한 큰 원인이 자기의 세운 목적을 향하고 나가다가 어떠한 장애와 곤란이 생길 때에 그 목적에 대한 낙관이 없고 비관을 가진 것에 있는 것이외다. 

목적에 대한 비관이라 함은 곧 그 세운 목적이 무너졌다고 함 이외다. 자기가 세운 옳은 목적에 대하여 일시일시로 어떠한 경우와 실패가 오더라도 조금도 그 목적의 성공을 의심치 않고 낙관적으로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는 자는 확실히 성공합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를 바로 보는 자, 누구든지 다 알만한 것이외다.

위 글은 도산이 상해에 있을 때, 독립을 위해 애 둘러쓴 글인데, 일제의 검열로 게재되지는 못했다. 사실 글 내용으로 보면 무슨 선동이나 정치적인 메시지는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하기야, 어떤 글 인들 일제의 눈에 가시가 아닌 것이 있었을까?

안창호는 을사조약(늑약)이 있던 1905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신보>를 창간한다. 처음에는 활자를 갖추지 못하여 손글씨로 써 순국문으로 석판 인쇄하여 매월 2회 발행하였다. 발간 목적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동포들에게 민족정신 고취와 국권 회복 운동을 보도하는 데 있었으며, 국내에도 널리 보급하고자 했다.

하지만, 일제 통감부는 해외에서 발간된 동포신문의 국내 반입을 통제하고 번번히 압수, 발매 금지시켰다. <공립신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 한국을 새롭게 알리고,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독립운동의 큰 틀은 사회주의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으로 나뉘어진다. 민족주의는 기독교계, 천도교계, 언론 세력 등이 있었다. 기독교계는 안창호가 이끄는 <흥사단>과 <수양동우회>가 있었고, 이승만이 이끄는 <국외 동지회>와 <흥업구락부>로 구분된다. 천도교계는 천도교 세력과 서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신-구파>로 구성되었고, 언론계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계열이 세력을 양분하고 있었다. 

 

 

사회주의계열은 <정우회>와 <전진회>가 이끌었다. 한때, 사회주의 계열과 민족주의 계열이 독립을 위해 단일화하여 범 민족 운동 단체를 만들기도 했지만, 서로의 정치적 노선에 불만이 많았다. 

사회주의계열은 급기야 1929년에 협동전선을 폐기하고 독자적인 투쟁 방침을 구상한다. 혁명적 대중을 조직화해 원산 총파업, 학생동맹휴업, 노동자 파업 등을 주도하게 되고, 이러한 정치 노선의 변화에 따라 1931년에 단일화는 없던 일이 된다. 

이러한 좌우합작론은 해외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초기 상해 임시정부는 함경도파의 이동휘, 평안도파의 안창호, 경기도파의 이동녕 등이 주도하였다. 안창호는 농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들 사이에서 차별당했지만, 화합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도산의 주도로 시작된 좌우합작 운동은 활발히 추진됐지만, 서로 주장만 하다가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민족주의자들의 <한국독립당>과 사회주의자들의 <한국 독립운동자연맹>으로 나뉘어졌다. <한국독립당>은 곧 임시 정부였고, 대한민국 최초의 정당이기도 하다.

도산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한국독립당>의 강령을 주도했다. 이후, 김구와 여운형, 이승만, 신익희 등의 인물들이 여러 갈래로 나눠지지만, 강령만은 대부분 계승하였다. 1931년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자, 도산은 본격적인 반일투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봉길 의거의 여파로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국내로 끌려와 투옥된다. 독립운동으로 4 차례의 감옥 생활 끝에 얻은 병이 악화되어 1939년에 만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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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왼쪽부터 신익희, 안창호, 현순. 뒷줄 왼쪽 김철, 윤현진, 최창식, 이춘숙(1919년 임시정부 국무원 성립 기념사진) 위키피디아

 

도산이 조선 독립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신보>를 창간한지 120년이 지났다. 갑자 순환(60년 주기)을 2번이나 맞이하지만, 고국의 정치를 보고 있는 동포들의 마음은 ‘도산의 편지’처럼 무겁다. 을사년은 일본에게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당했던 해이기도 하다.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는 이기적인 국제 관계 속에서 ‘고국의 혼돈’이 다른 나라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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