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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대작 왜 안통하지?
“시청자들에게 물어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2 2025 11:23 AM
이민호·공효진 출연한 SF 로코 ‘별들에게…’ 시청률 1%대 충격 70억 투입한 특수효과 호평 불구 억지 설정·작위적 내용 공감 못해
이야기도 무중력, 시청률도 무중력.
500억 원이 투입된 대작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시청률이 1%대로 추락했다.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지난 4일 첫 방송 시청률이 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뒤 2회에서 3.9%로 올랐으나 3, 4회에서 2%대로 떨어지더니 18일 5회에선 1.8%로 급락했다. tvN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1%대를 기록한 건 2019년 ‘날 녹여주오’ 이후 처음이다. 한류스타 이민호와 ‘로코(로맨틱 코미디) 퀸’ 공효진 주연에 우주 배경의 공상과학(SF) 로맨틱 코미디로 흥행이 예상됐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지 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중 한 장면. tvN 제공
드라마는 미래적인 외피에 20세기식 통속극을 담았다. 대기업 총수 최재룡(김응수)이 대를 잇기 위해 700억 원을 써서 딸 고은(한지은)이 교통사고로 인연을 맺게 된 산부인과 의사 공룡(이민호)을 우주로 보낸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공룡에겐 재룡의 죽은 아들이 남긴 ‘찌그러진 정자’를 우주에서 인공수정에 성공해야 할 임무가 있다. 재룡이 점찍어 둔 사위 후보 강강수(오정세)와 라이벌이던 공룡은 이내 까칠한 성격의 우주정거장 지휘 책임자 이브(공효진)에게 마음을 뺏겨 목숨을 거는 모험까지 불사한다.
드라마 ‘파스타’ ‘질투의 화신’의 서숙향 작가가 대본을 썼지만 극 중 로맨스에 대한 공감대는 다소 떨어진다. 연출을 맡은 박신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무중력 공간의 사람들이 ‘내 마음이 이상한 건가’ ‘내 몸이 이상한 건가’ 헷갈려 하며 감정을 교감하는 이야기여서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호흡으로 보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각특수효과(VFX)에만 70억 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우주를 표현한 시각 효과는 합격점을 받았다. 우주정거장 세트와 무중력 설정 연출도 꽤 사실적이다. 박 PD는 “와이어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긴 금속으로 만들어진 특수 장치를 사용하고 배우 1명마다 (CG로 지울 수 있도록) 녹색 타이즈를 입은 6명의 인원이 붙어 와이어와 장치를 움직였다”고 했다.
문제는 우주 SF 장르를 철 지난 로맨틱 코미디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플롯이다. 공룡이 우주로 가는 과정이나 공룡이 고은에 이어 이브와 사랑에 빠지는 감정 변화, 비밀스러운 인공수정 실험 소동 등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평가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베드신과 시대착오적 대사, 두 주연 배우의 아쉬운 ‘케미(화학작용)’ 등도 아쉽다. 우주정거장의 한정된 공간에서 시종일관 ‘정자’ ‘난자’ ‘자궁’ ‘섹스’ 같은 단어로채워지는 대사가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서사가 늘면서 대중문화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가부장적인 설정에 생명 탄생의 의미를 결부시킨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주류 장르인 SF의 한계도 드러냈다. 최근 몇 년 새 SF 영화 ‘승리호’(2021)를 시작으로 ‘더 문’, 드라마 ‘고요의 바다’ 등이 잇달아 제작됐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박 PD는 “지구에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들, 가볍고 하찮게 느껴지는 것들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도 여전히 같은 무게일까 계속 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으나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크진 않은 분위기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SF의 표피적인 것만 가져온 듯한 인상이어서 SF와 로맨스 장르의 장점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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