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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라벨은 완벽주의자”
모리스 라벨 전곡 앨범 등 발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2 2025 11:30 AM
피아노협주곡 2곡·디럭스 에디션도 탄생 150주년 맞아 잇따라 발매 獨·美·英 이어 6월 국내 공연 예정
"천재이자 완벽주의자이면서 원하는 바가 명확해 연주자만의 해석을 좋아하지 않는 작곡가."
피아니스트 조성진(31)에게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은 이렇게 설명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거울' 모음집 중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통해 라벨을 처음 접했고, 10대 때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유학한 조성진에게 유독 친숙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조성진이 그런 라벨의 음악을 음반으로 선보인다. 지난 17일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12곡) 앨범을 발매했고 다음 달 21일에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2곡을 담은 앨범을, 4월 11일엔 전체 트랙이 담긴 디럭스 에디션을 발매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20일 앨범 발매 기념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를 연 조성진은 "음반 녹음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지만 라벨은 단기간의 벼락치기가 아닌 오랜 시간 생각해 온 작곡가여서 마음이 편할 때도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진이 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반 아이디어는 3년 전 조성진이 냈고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올해 발매하게 됐다. 조성진은 "녹음 기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뿌듯함을 느꼈다"고도 했다.
조성진은 이번 앨범을 통해 "클래식 음악 또는 인상주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혼동하기 쉬운 드뷔시와 라벨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7년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또 다른 작곡가인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앨범을 발매했던 조성진은 "드뷔시가 자유롭고 추상적인 면이 있어 상상력이 필요한 작곡가라면, 라벨은 지적이면서 완벽주의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벨은 해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소리의 색깔과 질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음반은 2023년 2월 발매한 '헨델 프로젝트'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다. 조성진은 음반 녹음은 "연주 후 바로 확인하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아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며 연주회보다 더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 녹음 과정에서 파리가 마이크에 앉아 잘 된 연주를 쓰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마음에 들지 않아도 큰 흐름을 위해 필요한 표현을 최대한 해내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시간 동안 펼쳐질 '라벨 마라톤'
조성진은 이달 독일 에를링겐과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다음 달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라벨 독주곡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두 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동안 펼쳐질 예정으로 오는 6월에는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는 5월 열릴 조성진 리사이틀에 장시간 이어지는 라벨이라는 의미로 '라벨라톤(Ravel-atho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조성진은 "리히텐슈타인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 번 해 봤는데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라벨의 음악 세계에 들어갔다 나와 이를 관객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리사이틀 외의 한국 공연은 7월 정민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강릉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과 12월 김선욱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있다.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조성진은 "유명한 연주홀에 서고 좋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며 "(김)선욱이 형이 물어봤을 때 흔쾌히 시간만 되면 하겠다고 답했고 올해는 국내 오케스트라 협연만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쯤으로 구상 중인 실내악 투어 프로젝트 계획도 성격적으로도 잘 맞는 한 음악가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조성진은 "작년 1월에 만난 음악가와 내년부터 음악적 파트너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주자 이름과 악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음악 하고 싶어"
이날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라벨은 "완벽주의자지만 작곡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사람"이었고, 라벨 협주곡을 함께 녹음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안드리스 넬손스 지휘)는 "프랑스 음악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조성진이 현재 지향하는 음악적 색채 역시 "자연스러운 연주, 말이 되는 연주"다. 평소 '나만의 음악'에 대한 의지를 밝혀 온 조성진은 "내가 지향하는 음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긴 어렵다"면서도 "무대에서는 무의식 상태로 즉흥적으로 연주하긴 하지만 연습할 때는 자연스럽고 설명할 수 있는 연주를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에게 연주자로서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올해로 10주년이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영감도 얻었다"며 "음악이 좋아 피아니스트를 하는 그 마음 변치 않고 많은 레퍼토리를 배우면서 음악인으로서 좀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가 행복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레퍼토리가 끝도 없이 많아서예요.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면서 천재 작곡가의 정신 세계와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정말 행복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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