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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슬럼프 몰라요, 음악은 즐거우니까”
쓰지이, 3월 2번째 내한 리사이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3 2025 08:06 PM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서 장 하오첸과 공동 우승 이름 알려 “항상 관객이 즐겨주길 바라는데 그게 그렇게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쇼팽은 섬세하지만 신경질적인 면도 있죠. 리스트는 자기과시적인 것 같고, 베토벤은 별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마스트미디어 제공 ⓒ Harald Hoffmann
시각 장애를 가진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7)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보지만 작곡가들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여느 피아니스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선천성 소안구증을 갖고 태어나 오른손·왼손 녹음을 들으며 곡을 익히는 쓰지이의 연주에 담긴 감동의 크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첫 내한 리사이틀로 관객의 열광적 호응을 이끌어냈던 쓰지이가 3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1년 만에 다시 독주회를 연다. 공연에 앞서 22일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쓰지이는 “음악은 내게 즐거움이며 한국 관객도 음악을 즐기러 와 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사인 아버지와 아나운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쓰지이는 두 살 때 장난감 피아노를 치다 네 살 때부터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비평가상을 받았고, 2009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중국 장 하오첸과 공동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국에서는 2011년 손열음과의 듀오 콘서트에 이어 지난해 3월 첫 독주회를 열었다. 기교나 기술적 면모보다 그만의 감성으로 완성된 연주에 한국 음악팬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쓰지이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다른 점은 선천적 시각 장애 이전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쓰지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피아노 치는 일이 재미있고, 음악에는 위대한 힘이 있어 즐거운 일이든 힘든 일이든 피아노를 통해 여러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럼프 극복 방법을 묻는 질문엔 “관객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슬럼프는 겪어 보지 않아 극복 방법도 없다”고 답했다. 쓰지이는 지난해 내한 리사이틀에서도 시종 웃는 듯한 표정으로 연주하며 객석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연 외엔 산책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기를 좋아한다는 쓰지이 노부유키는 "피아노를 만나지 않았다면 초밥을 좋아해 초밥 장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Giorgia Bertazzi
긍정적 에너지 덕분인지 그는 지난해 한국 공연 이후 연주 일정도 많아지고 경력상의 큰 변화도 맞았다. 지난해 4월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일본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전속 계약을 하고, 11월 베토벤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도이치 그라모폰 계약이 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평생 해야 하는 공부 중 새로운 출발선에 선 정도”라며 “앞으로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 같은 러시아 레퍼토리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쓰지이는 이번 내한 리사이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리스트의 ‘꿈 속에서’ ‘메피스토 왈츠 1번’, 쇼팽의 ‘두 개의 야상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그는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이자 추억이 담겨 있어 한국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라며 “쇼팽은 내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원점이고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쇼팽 콩쿠르 참가곡”이라고 소개했다.
쓰지이는 꾸준히 공연 기회가 주어지는 이유나, 다른 장애 음악인을 위한 조언을 구하는 물음에도 어김없이 ‘즐거움’이라고 답했다. “항상 관객이 즐겨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데 그게 그래도 잘 전달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음악 자체가 즐거움이고 즐겁게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해 주고 싶네요.”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마스트미디어 제공 ⓒ Harald Hoffmann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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