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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장 원하는 것은 유럽 분열”
방위비·관세 카드 엮어 압박 나설 것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4 2025 11:38 AM
마르티시우테 유럽정책센터 분석가 “트럼프 최우선 순위는 미국 이익 나토·EU 등 힘 빼려 전방위 자극 유럽, 트럼프 방식 배우고 뭉쳐야”
벨기에 기반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마리아 마르티시우테 분석가는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에 '압박용 카드'를 여러 개 던져 두고 미국에 이득이 되는 것을 이것저것 챙기는 방식의 외교를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방위비로 압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관세로 타협하는 식의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마리아 마르티시우테 유럽정책센터(EPC) 분석가. 본인 제공
문제는 다음이다. 마르티시우테 분석가는 "이 때문에 유럽은 분열될 텐데, 이는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라고 했다. 거대한 경제동맹(EU)과 군사동맹(나토)의 힘이 빠져야 미국의 힘과 이득이 극대화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나토·EU 등에서 근무한 국제 정세 전문가 마르티시우테 분석가는 "트럼프로부터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려면 유럽도 트럼프의 '거래 방식'을 배워야 하고, 나아가 더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는 '나토를 통해 유럽이 안보 비용을 미국에 전가한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향후 나토 역할은 달라질까.
"유럽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유럽은 어느 시점에서 안보 비용을 크게 늘릴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건 트럼프가 방위비 증액을 '협상 카드'로 삼아 나토의 체질을 바꾸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령 'GDP 대비 5%의 국방비 지출'은 정책적 우선순위 및 방향 변경을 위해 제시한 협상의 시작점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나토의 '기후 안보' 등을 등한시할까 우려된다."
-나토가 흔들린다면 경제공동체인 EU의 군사적 역할이 앞으로 더 강화될까.
"EU는 이미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EU 역사상 최초로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직이 신설됐고 곧 유럽 방위의 미래에 관한 백서가 발표된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해 안보 민감도가 높은 에스토니아의 총리 출신(카야 칼라스)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EU의 군사적 기능은 더 커져야 한다. 나토 회원국인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매입 의사를 밝히고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위험한 사안'만 봐도 그렇다. 다만 이 과정에서 EU는 나토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극우 정당·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 트럼프의 뜻일까, 머스크의 독자 행동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다. 머스크가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대가로 트럼프는 그에게 어느 정도의 (정치적) 자율권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준 만큼 받는' 사업가다. 동시에 트럼프는 머스크의 행보를 지지할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소유주로서 미국은 물론, 유럽 정치에 X를 통해 개입하려는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역시 민주주의 가치 수호 등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캠페인 당시부터 모든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는 '대외수입청' 설립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려 한다. EU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추정컨대 관세는 다른 분야와 엮여 활용될 듯하다. 가령 '방위비를 이만큼 높이면 관세를 깎아 주겠다'는 식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은 트럼프와 협상할 때 전체 틀을 보고 움직일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對)유럽 정책에는 어떤 정신이 관통하는 걸까.
"트럼프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의 이익'이다. 그는 미국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국제 협력 및 다자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U의 분열을 여러 경로로 자극할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EU는 더 단결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어떻게 다룰까.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당시 '취임 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이제는 그 기한을 수개월로 늘렸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종전 전략 예측이 쉽지는 않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또는 EU를 건너뛴 채 트럼프와 '담판'을 원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주도의 휴전·종전 협상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이에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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