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스포츠
GD는 스카프·지민은 치마 바지...
‘젠더리스’에 매료된 K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2 2025 12:43 PM
K팝 스타들, 성별 경계 허문 패션 인기 첫 젠더리스 콘셉트 보이그룹도 나와 패션업체들 남녀 구분없는 디자인 도입 대중문화계 넘어 전방위로 확산 추세
진한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은 남성, 짧은 머리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여성. 성별의 경계를 허문 ‘젠더리스’ 패션이 대중문화를 통해 대중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젠더리스 스타일이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고, K팝에선 최근 젠더리스를 표방한 첫 그룹이 등장했다. 잘파세대(Z+알파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젠더리스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이 치마 바지에 부츠를 신은 모습. BTS 공식 트위터
가요계에선 지난달 초 ‘K팝 첫 젠더리스 콘셉트’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남성 4인조 그룹 엑스러브(XLOV)가 데뷔했다. 젠더리스 패션이 일반화한 K팝에서 그룹 내 특정 멤버가 젠더리스 패션을 보여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그룹 멤버 전체가 ‘젠더리스 콘셉트’라고 밝힌 경우는 엑스러브가 첫 사례다.
이들은 데뷔 싱글 ‘암마비(I’mma Be)’를 발표하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는데 여기서 멤버들은 진한 화장과 바지·치마가 합쳐진 의상 등 젠더리스 패션을 선보였다. 소속사 257엔터테인먼트의 박재용 대표는 “멤버들의 성 정체성이 젠더리스인 것은 아니고 다른 그룹과 다른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서 정한 콘셉트일 뿐”이라면서 “성별에 경계를 두지 않고 멋있는 것을 표현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K팝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보이그룹들이 젠더리스 스타일을 접목해왔는데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효시 격으로 꼽힌다. 매번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여온 지드래곤은 최근 컴백과 함께 ‘할머니’ 패션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샤이니의 태민도 젠더리스 패션의 대표 주자다. 특히 태민은 패션뿐만 아니라 젠더리스 콘셉트를 음악에까지 녹이며 K팝내 젠더리스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23년 ‘길티’를 발표하며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부담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는 선에서 아찔한 줄타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 샤이니 출신 가수 태민.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외 대중음악계에선 자신의 사회적 성 정체성을 지우며 여성도 남성도 아닌 ‘논바이너리’라고 밝히는 음악가들이 적지 않다. 다음 달 내한공연을 하는 미국 가수 켈라니를 비롯해 배우 겸 가수 데미 로바토, 싱어송라이터 아르카 등이 여성(she), 남성(he) 대신 ‘그들(they)’을 택했다. 가까운 일본에선 정상급 가수 우타다 히카루가 4년 전 논바이너리라고 커밍아웃했다.
성 정체성 차원까진 아니어도 젠더리스 문화는 소수의 취향에 그치지 않고 주류 문화로 파고들고 있다. 여성용 부츠 브랜드로 유명한 ‘어그’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그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이 브랜드 제품의 남성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패션업체 LF의 남성 브랜드 ‘히스 헤지스’ 브랜드의 여성 고객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최근 현대백화점의 패션 상품 소싱 조직이 성별 구분을 없애고 한화호텔앤리조드가 직원 유니폼의 성별 구분을 없앤 ‘젠더리스’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젠더리스 문화를 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보이그룹 엑스러브. 257엔터테인먼트 제공
전 세계 잘파 세대와 소통하는 K팝 산업의 특성상 젠더리스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희아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 산업 초창기엔 남성 가수가 여성의 춤을 춘다거나 패션을 따라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희화화하는 것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드래곤이 젠더리스 패션을 계속 선보이고 태민이 음악과 안무에까지 녹여내는 등 K팝 내 젠더리스 문화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