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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 눈치 빠른 ‘여론조사 마사지’
與 일감·보직으로 부당거래 정황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27 2025 11:44 AM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2021~2023년 국민의힘 지도부와 공표용 여론조사를 매개로 수차례 ‘부당거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는 2021년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를 묻는 조사 문항에 부정적인 답변이 나오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과 소통하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해당 문답을 통째로 삭제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가 22대 총선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처지자 공표 시기를 미루기도 했다. 명씨는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연에서 일감 또는 보직 알선을 받는 등 세 사람과 상부상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명씨가 2021년 3월 27일 김 전 위원장과 지 전 원장에게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파일을 공표 전날 미리 보내주며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파악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대 대선 관련 조사로, 여기엔 후보 적합도나 정당 지지도와 함께 ‘김종인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문항도 포함됐다. “4·7 재·보궐선거 직후 당을 떠나겠다” 는 김 전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당권 유지 여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지 전 원장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위원장님 거취 문제 결과가 별로인 것이ㅠㅠ”라고 명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명씨는 “그러게요~;; 그 부분만 공표를 안 할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지 전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명씨는 “위원장님 거취 문제는 질문만 올리고 결과는 안 올릴 수 있다”며 “선거 여론조사 문항이 아니라서”라고 전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관한 문항이 아닌 정치 현안 문항은 질문지 그대로 답변을 게시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명씨의 손길은 22대 총선 기간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닿았다. 이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 출마를 검토하며 ‘3전 4기’를 고려하던 시기였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는 2023년 11월 8일 여론조사업체 PNR에 ‘노원병 조사 결과 공표 연기’를 요청했다. 미한연 실무자 강혜경씨는 “노원병 (조사 결과를) 최대한 늦게 공표해야 된다. (민주당 후보와) 그렇게 (지지도) 차이가 많이 날 줄 (몰랐다)”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조사 종료일(11월 7일) 열흘 후 공표됐다.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 지 전 원장 등 당 지도부 3명은 공통적으로 명씨의 공표용 여론조사 결과를 수시로 전달 받았다. 지 전 원장은 명태균표 조사를 크게 신뢰해 아예 여연이 사용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맡겼다. 2021년 4월 5일 지 전 원장이 “명 대표 보고서 제출 안 합니까”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조사 시기는 언제입니까”라거나 “사전투표 이후 조사는 오늘 저녁 혹은 내일 합니까”라고 물었다.
명씨는 당 지도부에서 ‘부정한’ 도움을 받았다. 지 전 원장은 명씨의 주변 인물들이 여연 자문위원에 임명되도록 알선했다. 명씨 주변의 지역 정치권 관계자 여러 명이 실제로 명씨 측에 원서를 냈다. 명단은 지 전 원장에게 전달됐고 대부분 ‘찍어내듯’ 속전속결 임명됐다. 명씨는 이들이 선거 출마용 경력을 위해 중앙당 보직을 원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할 수 있었다.
명씨는 여연에서 ‘수상한’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여연과 미한연은 2021년 4월 2,300만 원(부가세 별도)짜리 ‘사전투표 관련 인식 여론조사 계약’을 맺었다. 당초 주제는 ‘LH 사태’였지만, 계약 당일 ‘사전투표’로 변경됐다. “LH 사태 인식 조사를 25개 지역 대상 1만 샘플이나 돌리는 건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라는 지 전 원장 판단 때문이다. 그는 “여연 실무자는 사무처 사람이니 조심하라”거나 “조사 결과는 실무자에겐 전달하지 말고 나에게만 보내라”며 입단속도 당부했다. 검찰은 해당 용역이 명씨에게 제공 받은 각종 여론조사 비용을 치르기 위한 허위 계약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명씨의 ‘김영선 단수 공천 작전’을 물밑에서 도와줬단 의심을 받고 있다. 명씨는 2022년 4월 2일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이준석이가 공표나 비공표라도 (김영선이) 김지수(민주당 예비후보)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 줄게 이러네”라고 말했다. 명씨가 2022년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의원을 경선 없이 단수공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전 대표가 ‘상대 후보를 10%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그해 5월 9일 명씨에게 “당선인 쪽에서 경선 실시하라고 한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명씨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전달한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그는 본보에 “(김 전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고 싶어해서 당헌당규에 있는 대로 경쟁력을 입증하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며 “전략공천에서의 경쟁력 조사는 자당 후보군 간의 비교가 주로 활용되기에 민주당 후보를 10% 이상 이기는 것은 아무 의미없는 조사”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명씨와 관계를 유지하며 긴밀히 소통했고,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명씨가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돼 줬다. 명씨와 접촉하는 이들은 “김종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명씨는 2021년 3월 18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협상팀에 유선전화 10% 당부 전화 부탁드린다. 협상 재개를 하면 안 된다”며 ‘비선 책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 본보에 “전혀 사실과 다르고 일방적인 얘기”라는 입장을 전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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