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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메시나를 가다

손영호 | 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Feb 27 2025 09:19 AM


메시나(Messina)의 산 살바토레 요새와 ‘편지의 마돈나’ 동상

작년 11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11박 12일의 여정이었는데, 여행 6일째에 시칠리아(Sicilia, 영어표기 Sicily)의 메시나(Messina) 항구에 도착했다. 

우선 시칠리아 하면 영화 "대부(The Godfather)"가 떠오른다. 뉴욕 마피아인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 가문의 3대에 걸친 뿌리가 시실리였기 때문이다. 

메시나는 이탈리아 본토와 메시나 해협을 경계로 떨어져 있다. 시칠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도심에는 21만 명 정도, 광역권까지 합치면 60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1908년 12월28일 진도 7.1 규모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시가지 전체가 파괴되어 12만 3천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1911년에야 재건이 완료되었다. 1974년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1901~1974)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피아 로렌(아드리아나 디 마우로 역), 리처드 버튼(체자레 역) 주연의 "여로(The Voyage)"에서 이 대지진을 호외로 알리는 장면이 나왔다. 

메시나 항구에는 산 살바토레 요새(Forte del Santissimo Salvatore, San Salvatore Fort)가 있다. 이 요새는 메시나 항구에 마치 낫 모양으로 생긴 반도에 1537~1540년 사이에 베르가모 출신 안토니오 페라몰리노가 카를로스 5세(1500~1558)의 의뢰를 받아 건립하였다. 16세기의 군사건축의 좋은 예로 남아 있다. 지금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와 함께 포병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기지이다. 그러나 일반인 투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요새 위에 메시나의 랜드마크인 "성 마돈나 델라 레테라(Madonna della Lettera)", 이른바 “편지의 성모”라는 높다란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34년에 토레 에드몬도 칼라브로가 제작했단다.

청동상 조각에 금도금을 한 이 동상은 직경 2.6미터의 원구(圓球) 위에 세워져 있고 높이는 7미터이다. 밑 기초부터 치면 높이가 60미터에 이른다. 반 원형으로 된 기초 부분에는 라틴어로 "VOS ET IPSAM CIVITATEM BENEDICIMUS"라고 크게 쓰여있다. 즉, "내가 너희들과 너희 도시를 축복하노라 (I bestow my benediction upon you and your city)" 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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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나의 산 살바토레 요새와 마돈나 델라 레테라 동상

 

그 유래는 2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도 바울이 메시나에 전도 여행하여 많은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그가 서기 42년에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때 메시나의 집정관이 성모 마리아를 만날 목적으로 4명의 메시나인을 그와 동행하게 했다. 그때 메시나 대표자는 많은 메시나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신앙을 공언하며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간구했음을 기록한 서신을 갖고 갔다. 

그런데 서기 42년 6월3일에 성모 마리아가 현시(顯示)하여 그들의 신앙심을 칭찬하고 그들의 전도 사역에 기뻐하여 그들과 메시나를 영원히 축복한다는 내용의 라틴어로 쓴 두루마리 편지를 성모의 머리카락으로 봉해 메시나 대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메시나의 대표자가 9월8일 다시 메시나로 돌아오자 성모의 머리카락을 은으로 만든 작은 범선의 돛대 안에 넣어 메시나 대성당에 존치하였다. 매년 6월3일에 메시나의 수호성인인 ‘편지의 마돈나’를 기리는 가장 큰 축제가 열린다.

 

 

메시나 대성당(Duomo di Messina)

메시나 대성당 (Cathedral of Messina)은 12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대성당으로 여러 차례 대지진으로 붕괴 되었지만 20세기 후반 현재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이 성당의 종탑(Bell Tower)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메시나 천문시계가 있다. 1908년 메시나 대지진 후, 1933년에 독일 스트라스부르크의 웅게러 회사의 프레데릭 클링하머가 설계, 제작한 것이다. 이 종탑의 천문시계는 성당을 바라보는 면에 있고, 다른 한 면은 광장과 오리온 분수를 마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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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나 대성당에 있는 종탑: 오른쪽은 천문시계, 왼쪽에 사자, 수탉, 두 여인 그리고 애니메이션 인물들이 보인다.

 

천문시계는 2개가 있는데, 아래에 있는 시계는 "영구 달력(Perpetual Calendar)"으로 연월일을 표시한다. 그 옆에 세워진 대리석 천사가 화살로 날(日)을 가리키고 있다. 위에 있는 시계는 "천체 투영기(Planetarium)"로 태양계의 9개 행성의 궤도를 나타낸다. 플라네타리움 위에 지름 1.2미터의 반 금색, 반 흑색의 구(球)로 된 달이 회전하면서 달의 궤적을 따로 보여준다.

이 종탑은 매일 정오에 메시나의 역사를 설명하는 애니메이션 인물과 함께 되살아난다. 먼저 종탑 맨 위에 있는 왕관을 쓴 사자(메시나 주 상징)가 주 깃발과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들어 세 번 포효하고, 다음으로 그 아래에 있는 수탉이 날개를 펴고 머리를 들어 '꼬끼오'하며 세 번 목청껏 운다. 마지막으로 프란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흘러나오며 그 아래에 있는 창문을 통해 사도 바울과 메시나의 대사들이 목례를 하며 마돈나의 편지가 전달되는 장면이 연출된다.

여기서는 10여 분간 연출되는 데 반해, 체코 프라하 구시가 광장에 있는 천문시계탑은 정시마다 좌우 2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예수의 12제자가 좌에서 우로 천천히 이동한 뒤 고작 1분 여만에 '삐리릭' 소리를 내며 창이 닫혀버려 기다림에 비해 너무 짧아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수탉이 있는 창 좌우에 종이 있고 두 여자의 조각상이 서 있다. 왼쪽의 여인이 디나(Dina)이고, 오른쪽은 클라렌차(Clarenza)이다. 여기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1282년 8월8일, 안주(Anjou)의 샤를 1세가 시칠리아의 시민 폭동, 이른바 시칠리아 만종 사건(Sicilian Vespers)을 진압하기 위해 저녁기도 시간에 기습 공격을 했는데, 메시나 성에 있던 두 여인이 이를 발견하고, 클라렌차가 15분간 종을 쳐서 주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디나는 돌을 던져 적을 막았다는 얘기다. 두 여인의 영웅담은 용기와 애향심의 상징으로, 시청 앞에도 조각상이 있다. 

숱한 자연 재해에도 꿋꿋이 버텨낸 메시나인의 승리는 아마도 확고한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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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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