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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서 학교 안 갈래요”
꾀병 아닌 새 학기 증후군일 수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09 2025 08:53 PM
학교생활 적응 불안·스트레스 탓 갑작스레 복통·두통 증상 등 호소 혼내지 말고 아이 입장서 대화를
“기대 반, 걱정 반이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김모(41)씨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 같은 걱정을 하는 건 지인이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는 자녀 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교생활은 유치원과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크게 겪진 않는지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새 학기 증후군’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의 증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되지만, 증상이 1~2주가 지나도록 지속되거나 점점 악화하는 경우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 학기 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갑작스레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식욕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넘겼을 일에 대해서도 짜증을 크게 내거나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도 새 학기 증후군 증상 중 하나다. 이외에도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목을 흔드는 것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 코를 킁킁거리거나 입으로 쩝쩝 소리를 내는 등 틱 장애 증상도 심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일수록 더 취약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친구 관계에 대한 불안감과 학교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있고,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분리 불안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쓸 때 야단을 치는 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아이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조급해하거나 강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단,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부모가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충분히 대화하면 자녀는 더욱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것이 새 학기 증후군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란 얘기다.
심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자녀가 또래보다 키가 작거나 왜소한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발달에도 유의해야 한다. 아이의 키는 보통 출생 후 1년간 20~30㎝, 이듬해 약 12㎝ 안팎 자란 후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매년 5~6㎝씩 커진다. 그러다 급성장기를 맞는 사춘기 때 연간 7~12㎝ 크다가 성장판이 닫히면 키 크는 것도 멈추게 된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생‧저학년 학생 등의 키가 연간 5㎝ 이상 자라지 않으면 성장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같은 성별‧연령대에서 100명 중 3번째 안에 드는 경우에는 저신장으로 구분된다. 저신장의 70~80%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며 유전이나 체질적인 문제로 성장이 지연된 경우지만, 나머지 20~30%는 골격계‧염색체‧선천성대사 이상이나 내분비질환 등에 의한 확률이 높다.
성장장애가 의심되면 성장판 검사와 성장호르몬 분비 여부 등 성장종합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골연령(뼈 나이)’다. 보통 골연령과 실제 나이가 12개월 미만이면 정상 범주이나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 있다면 성조숙증, 2년 이상 뒤처진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결핍에 따른 성장장애로 볼 수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박혜영 이사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8~9세가 성장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적기인 만큼 키 크는 속도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연령이 실제 나이를 앞선 경우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학과 함께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는 3월부터 소아‧청소년의 교통사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2023년 4~19세 연령구간별 등‧하교 중 교통사고 발생 유형을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은 보행자 사고(53.8%), 초등학교 고학년은 자전거(50.0%) 사고가 가장 많았다. 저학년의 자전거 사고 비율(22.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교통사고는 골절상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큰 부상이 아니어도 성장판 손상 가능성 우려가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야 한다. 성장판이 있는 뼈 끝부분이 골절된다면 그 후유증으로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신체 한 쪽만 골절이 발생해 성장판에 이상이 생길 경우 몸이 불균형하게 자랄 수도 있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태승 원장은 “소아 골절 발생 후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성장판 손상에 따른 성장장애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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