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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선 노화 늦춰진다”
기발한 상상이 생물학 연구로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6 2025 11:43 AM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속 우주에서 다양한 생물학 실험 불임과 난치병 치료법 모색
최근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드라마가 아쉬움 속에 종영됐다. 우주정거장이 배경이고 제작비도 500억 원이나 투입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친 걸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록 허구였지만, 시청자들에게 우주에서의 생물학 연구에 관한 관심을 잠시라도 가지게 한 점은 특히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제작 현장. 배우들이 와이어와 특수 장치를 조종하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무중력 공간에서 활동하는 듯한 연기를 하고 있다. tvN 제공
극중 남자 주인공은 사망한 재벌가 남성의 정자를 몰래 우주정거장에 반입, 불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구에서는 찌그러져 있던 정자가 무중력의 우주에서는 똑바로 펴지게 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는 허구다. 우주정거장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심장 수술하는 장면도 허구다.
그러나 두 설정은 과학을 기반으로 상상해 낸 상황이다. 실제로 우주정거장에는 생쥐를 키우기 위한 주거용 쥐장이 있다. 찌그러진 정자가 무중력 상태에서 펴질 거라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도 실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약 1년 동안, 은퇴한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Scott Kelly)를 연구했다. 그의 우주 체류 중 쌍둥이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Mark Kelly)는 지상에서 있었던 걸 이용, 두 사람의 생물학적 변화를 비교했다. 스콧의 DNA에서 텔로미어라는 부위가 길어진 뒤 지구로 돌아오면서 다시 짧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텔로미어는 세포 수명의 길고 짧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후속 연구들이 아직 없는 걸 보면 추가 연구가 많이 필요한 내용이다.
NASA는 우주생물학에 매년 1,2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는 뜻밖의 내용도 있다. 항암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연구들도 많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물질의 순도 개선과 관련된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ASA가 최근 선정한 우주생물학 연구들로는 암 치료제 약물 전달, 심혈관 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연구, 무중력 또는 미세 중력 상태에서 종양 세포의 성장에 관한 연구, 우주에서 면역 세포의 변화를 연구해서 새로운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 등이 포함된 걸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한국에도 여러 대학과 기업이 이 분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주생물학은 더 이상 먼 우주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생물학에 대한 더 큰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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