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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 중단 명령 해제해야”
‘보수 우위’ 대법도 트럼프 제동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6 2025 11:08 AM
“계약된 보조금 지급” 하급심 유지 보수 대법관 2명 찬성, 5대 4 판결 美 외교관 “국제개발처 폐지 반대”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개발처(USAID)가 인도주의 단체와 계약한 약 20억 달러(약 2조8,800억 원) 규모 해외 원조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USAID 해산을 위한 첫 단계로 해외 원조 프로그램 일시 중단을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미 외교관들도 원조 재개를 요구하고 있어 USAID를 둘러싼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3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개발처(USAID)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대외 원조 중단·유예를 금지한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을 뒤집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아미르 알리 판사는 계약자와 보조금 수령자에게 약속한 USAID 원조 자금을 신속히 지불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5대 4 결정으로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조 자금 지급 기한(지난달 26일)이 이미 지난 만큼 “정부가 이행할 의무가 무엇인지 (지방법원이)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워싱턴 지방법원은 6일 관련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2명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의견을 같이한 결과다. 나머지 대법관 4명은 “관할권이 없는 지방법원 단독 판사가 미국 정부에 납세자의 돈 20억 달러를 지출하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은 단호하게 ‘아니요’여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매우 겸손한 판단”이라고 미 CNN방송에 말했다. 그는 “대법원 결정은 행정부에 20억 달러 원조금을 즉시 지불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지방법원이 지불을 강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뿐”이라며 “이미 진행 중인 트럼프 관련 사건의 많은 부분에서 대법원이 분열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NYT는 “헌법이 요구하는 권력분립을 시험하고, 향후 (행정부 정책을) 재조정하는 주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5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지출 삭감을 위해 활동하는 일론 머스크(왼쪽 두 번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릭 스콧(오른쪽)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USAID 퇴출 방침에 정부 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는 미 국무부와 USAID에 근무하는 외교관 700여 명이 대외 원조 중단과 USAID 폐지에 반대하는 항의 서한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대외 원조 계약과 지원금을 유의미한 검토 없이 동결·해지하는 결정은 핵심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위태롭게 하고 신뢰에 손상을 준다”며 “적국이 영향력을 팽창시킬 수 있는 빈틈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외 원조는 자선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안정을 가져오고 충돌을 예방하며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전략적 도구”라고 역설했다.
문제는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재가동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USAID 직원 상당수가 해고돼, 설사 원조가 재개되더라도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운영할 인력 자체가 부족한 탓이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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