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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기사

"계엄군 선관위 진입에 참담"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인터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9 2025 10:28 AM

"부정선거 문제라면 직접 물어보지..."


"열심히 뺨 대주고 나중에 또 욕먹을 필요가 뭐가 있냐, 이왕 맞으려면 '확실하게 맞자'고 했다."

김용빈(66)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2023년 7월 비리 척결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곪을 대로 곪은 조직을 바꾸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왔다. 하지만 임명되자마자 조직 안팎에선 도리어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쇄신을 위해 35년 만에 선관위 외부인사가 사무총장에 기용됐는데, 하필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이자 법조인이었다.

 

64fc784a-3967-48a4-ab61-2c1297bfdd88 (1).jpg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 대통령은 매정했다. 1년 5개월이 지나 비상계엄을 선포하고는 친구가 맡고 있는 선관위에 가장 먼저 군인들을 보냈다.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와 관악청사, 연수원에 들이닥쳐 직원들을 제압하고 장악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 의심받다가 일순간 '장악 대상'이 됐다. 김 총장은 1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선관위에 대한 아쉬움과 보람, 윤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을 두루 털어놨다. 최근 재차 부각된 고위직 자녀 부정 채용 등에 대해서는 "후진적인 조직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선관위도 깊이 반성하고 있고, (본인도)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정선거 의혹 규명과 조직 내 비리 척결의 과제를 최대한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계엄의 밤'에 대한 기억을 묻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선관위 점거가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계엄을 지시한 윤 대통령에 대해선 "여전히 나는 옛날처럼 친구로 생각하는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가 친구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간 내부에서 서로가 묵인했던 부분이 일부 있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후진적인 조직이었다. 그런 문화가 조직 변화를 지연시킨 부분도 있고, 그로 인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분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관위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는 그 어떤 묵인도 없도록 조직문화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려고 한다."

-부정 채용된 직원들이 아직도 다니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간 감사결과 이후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은데.

"부정 채용으로 얻은 이득은 박탈되는 게 옳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규정상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는 동안 우리가 자체적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 고위직 자녀 직원 11명에 대해선 지난 7일 수사 의뢰하고 자체 감사 등을 통한 다각적인 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용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2022년 5월 이후 지방직 경력채용은 실시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개선된 다른 제도가 있나.

"면접위원을 100% 외부위원으로 위촉하고, 감사기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한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감사관도 외부에서 임용했고, 감사기구도 사무처에서 분리했다. 취임한 이후 인사·감사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서 강화된 규정을 적용,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등과 같은 문제를 원천 차단했다."

-전임 사무총장의 세컨드폰이 도마에 올랐다.

"국가 소유 물품은 반드시 관리 대장이 있어야 한다. 선관위에서도 조사를 담당하는 파트에선 업무상 세컨드폰을 필요로 한다. 필요한 곳에서 절차를 잘 지켜 만들었으면 문제 될 일이 없지만 이번에 드러난 일은 두 가지 다 미흡했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려고 한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경우 심판이 선수를 하려 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데.

"지난해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이는데, 선관위 고위직이 퇴임 후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가지 논란이 있던 전임 사무총장이 퇴임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해 선거에 출마한 건 (개인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절할 수도 있지 않았나.

"대통령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 커 이 사안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최근(지난달 27일) 헌재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하면서 헌법 취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아들인 걸 후회하진 않나.

"이번 직무감사는 우리가 받겠다고 약속한 이상 감사원을 존중하고 소위 징계 등 감사원 의견은 다 따라주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감사원에서 징계 요구한 직원 32명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며, 엄중하고 신속하게 징계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2023년 6월부터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2013년~2022년 10년 간의 부정채용 사례가 대상이었다.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들이 경력직 채용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하다가 이후 고위직자녀 특혜채용에 한해 감사에 응했다. 감사원은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중간결과를, 지난달에는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최종결과 발표 당일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감사원 감사부터 부정선거론, 12·3 비상계엄까지 선관위가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없는데.

"취임(2023년 7월) 때 사명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고, 조직 내 비리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부임 후 나름대로 열심히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과거(취임 전)의 잘못이 크게 드러나면서 현재 개선된 결과는 언급되지 않는 등의 억울한 점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이 앞으로 선관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의 선관위 투입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전혀 상상 못 한 일이다. 계엄 당일엔 다른 때보다 일찍 누웠다. 자려고 하는데 속보에 이어 계속 메시지가 오더라.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 목적을 알 수 없어서 계엄군의 활동상황과 피해현황 파악에 집중했다."

-선관위 직원들도 체포 대상이었는데.

"윤 대통령 담화를 통해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가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설령 계엄이 정당했더라도 선관위에 계엄군이 진입한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 여러 선관위 직원이 체포 대상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참담했다."

-취임 당시 윤 대통령 친구(서울대 법학과 79학번)라는 비판이 많았다.

"윤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대학 시절부터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졌어도, 행위(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지만 (윤 대통령에게) 악감정을 갖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는 옛날처럼 친구로 생각하는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가 친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확실한 것 같다. 뭐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가장 먼저 전화할 수 있지 않나."

-취임 당시 사명으로 부정선거 규명을 꼽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내가 (선관위에) 들어올 때부터 대학 동기들이나 교수들 중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상당한 의심을 했다. 선관위에 오게 되니 ‘네가 가서 꼭 (부정선거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게 줬다."

-그래서 어떤 조치들이 이뤄졌나.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도 있었지만, 취임에 앞서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이나 직무감찰이 모두 시작된 상황인 만큼 선관위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하자'고 했다. '열심히 뺨 대주고 나중에 또 욕먹을 필요가 뭐가 있냐, 이왕 맞으려면 확실하게 맞고 더는 욕먹지 말자'는 얘기다. 이어 최고 권위의 보안전문가들과 서버 취약점을 연구하는 화이트 해커들을 모셔 추가로 점검한 뒤, 지적 사항들을 개선하고 지난해 4월 총선을 치렀다. 검표 과정에서의 의혹도 차단하기 위해 수검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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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정선거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치학적인 개념으로 얘기하면 '사표율'이 높다. (득표율의)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지 않나. 거대 양당 체제에서 승자 독식으로 이어지고, 패배한 지지 집단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의 발달로 자신의 생각이나 이해에 부합하는 편향된 정보를 반복해 접하다 보면 정치적 극단화에 빠져 합리적 소통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게 가슴 아프다."

-외부 감사를 받으라는 압박이 여전한데.

"그 기관이 하는 일을 전제로 해서 헌법기관이냐 아니냐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의 청렴도를 기준으로 청렴한 기관은 헌법기관이고, 청렴하지 않으면 헌법기관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관위가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의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통제방안을 마련하는 논의가 진행된다면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대내외 의견은 어떤 방식으로 청취할 계획인지.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목소리를 듣고자 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들을 경청하고 있다. 틈틈이 지역 선관위를 방문해 현장의 요구를 직접 수렴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상향식 소통 방식인 ‘주니어보드(20~30대 젊은 직원 위주 기구)’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김형준·박세인·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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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기획기사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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