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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부모 돌보는 고령 자녀 ‘노-노 케어’
지역돌봄 시스템은 필수조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5 2025 11:09 AM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훌쩍 넘어, 이제 노인 인구 1,000만 명인 사회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백 세까지 살 가능성이 절반이며, 현재 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50‧60대 장년층의 경우 대략 6~7명 중 한 명은 백 세까지 수명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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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65세 이상에서도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도 노인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가족관계에도 전대미문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 육아(일명 황혼 육아)가 흔해졌고, 남녀 간의 수명 차이에 의한 생애 말기 독거노인의 문제, 초고령 노인 부모를 고령의 자녀가 돌보는 ‘노-노 케어’가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50‧60대에 은퇴하고 나서도 여생이 그동안 사회생활을 해왔던 기간만큼이나 길어지고 있기에 제2의 인생이 말뿐이 아닌 진지한 현실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결혼을 하지 않는 20대 청년들이 농담 삼아 ‘지금 결혼하면 80년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요?’라고 말하는데, 실제 노년기 이후 자기의 삶을 찾기를 원하는 황혼의 이혼과 재혼 문제도 쉽지 않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사별 이후 거의 10년을 독거노인으로 사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긴 시간 외로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노년기 질병과 간병 관련한 보고를 보면 남성 노인의 경우 노년기 질병에 걸리면 간병을 부인이 담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여성 노인의 경우에는 남편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은 매우 적고, 자녀에게 의지하거나 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입원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돌봄 요구를 평가하고 있는데, 노쇠 위험으로 구분된 환자의 약 60% 이상이 돌봄고위험군, 이 중 상당수가 노-노 케어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우 돌봄을 제공하는 자녀나 부인과 같은 돌봄 제공자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 일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뿐 아니라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우울증, 불면,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양불량, 만성 질환의 악화 등이 흔히 발생할 수 있으며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음으로 인한 수입 감소,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는 가족에게만 맡겨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지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있어야 한다.
이제 60을 바라보는 필자의 남편이 “그래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밖에 없을 거야”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주장하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나중에 똘똘한 간병로봇과 같이 살 거야!”라고 외쳐보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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