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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도넛 경제
토론토생태희망연대 칼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6 2025 05:02 PM
지속 성장 대신 지속가능 추구해야
사실 경제학은 필자도 대학시절 경제학원론 정도의 교양 필수과목을 수강했다는 것 외에 별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 그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가격이 정해진다는 두 곡선으로 이뤄진 그래프가 이미지로 남아있을 정도다.
기존 경제학의 무한 성장 곡선 대신 지속 가능한 경제 도넛 경제학의 기초 그림.
‘도넛 경제학’의 저자 레이워스는 이 그래프의 단점을 파고 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가 파고드는 20세기 경제학의 취약점은 이렇다.
지난 60년간 인류의 안녕은 실로 괄목할 만큼 전진했다. 1950년에는 어느 나라 건 신생아의 평균 기대수명이 48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신생아의 기대 수명은 71세에 이른다. 1990년 이후에만 하루 소득 1.9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절반 이상 줄었다. 20억명 이상이 처음으로 안전한 식수와 화장실을 얻었다. 그 사이에 인구는 거의 40% 증가했다.
그럼에도 아직 인류는 훨씬 많은 사람이 극심한 빈곤에 있고 2015년 현재 전 세계 부자의 상위 1%가 나머지 99%의 부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더 많이 가졌다. 극
단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고 수명 연장과 인구 증가 등 인간활동이 폭증하며 지구의 생명유지 시스템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압박을 주고 있다.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살포 등으로 전세계 농지의 40%가 황폐해졌고 2025년 이후엔 세계 인구의 2/3가 심각한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다. 세계 어장의 80% 이상이 남획으로 손상되고 해수면 상승, 평균 기온 상승 등으로 기존의 경제 성장 그래프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매년 세계 경제가 약 3%가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복리로 성장하기 때문에 매년 3%는 23년이면 경제 규모가 약 2배로, 37년이면 3배로 덩치가 커진다. 지구 자원이 지금의 두배를 공급해 줄 수 있을까? 이미 3개의 지구가 필요한 상황임을 잊지 말자. 현대 자본주의는 지구의 자원이 고갈된다면 어떻게 버텨낼 수 없다. 평균 3% 성장의 결과는 뻔하다. 게다가 제3세계는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이미 인류는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무서운 줄 모르고 가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를 넘어서는 해가 수시로 일어나는 해는 겪어보지 못한 극한 기후가 기다리고 있고 그 영향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자연을 착취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하거나 붕괴하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인간이 기본적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계 압박을 줄이는 길 말이다. 이런 대안 역시 한번도 가 본 적 없지만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에 몰려 있다.
레이워스의 책 도넛 경제학.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측량하는 지표들이 있다. 식량,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함,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 에너지, 깨끗한 물 등이 어느 정도 이상 충족돼야 하며 이것이 부족할 경우 사회적 기초가 흔들린다. 팬데믹 때 아이러니 하게 모든 대형 마켓에 화장지가 동이 났다. 인간의 기본적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기본적인 공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안된다.
이것이 도넛의 안쪽 원을 이룬다. 우리의 삶은 달콤한 도넛 안쪽으로 삐져 나갔다는 것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텅 빈 가운데로 수치가 떨어지면 기초적인 삶의 질에 못 미치는 것이다. 위의 12가지 부분(실제로는 더 다양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을 계량화 한다면 어느 정도가 도넛 빵 속으로 진입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넛 빵의 바깥으로는 과잉을 설명한다.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화학적 오염, 질소와 인의 축적, 담수 고갈, 토지개간,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기후변화 등 9개 분야에서 어느 수치 이상이 되면 도넛 빵의 바깥으로 삐져 나간 것이다.
그러니 도넛의 안쪽 원과 바깥 원 사이에 이 모든 지표가 모여 있을 때 인류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주류 경제학은 국민소득은 늘 우상향으로 성장해야 했고 모든 지수도 성장해야 했지만 그 목표는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인류와 지구 생명을 공멸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도넛 안에 머물기’가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의 핵심이다. 다음주에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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