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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결례, 스마트폰 AI까지 나서
모두의 배려가 ‘감동 무대’ 만든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17 2025 11:06 AM
최근 예술의전당 객석 운영을 책임지는 하우스매니저와 안내를 전담하는 하우스어텐던트들이 함께 '예술의전당 공연장 에티켓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일방적 제지나 지시가 아닌 관람객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건강한 관람 문화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취지다.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연장에서 일하다 보면 객석에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종종 겪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공연 관람 태도를 안내해 놓은 예술의전당 에티켓 캠페인 설치물. 예술의전당 제공
공연 직전이나 도중에 울리는 휴대전화 일반적 벨소리는 차라리 평범한 사례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9번 실황 녹음 공연에 객석에서 갑자기 '벚꽃 엔딩' 벨소리가 울렸던 사건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사건이다. 핸드폰이 울리는 음악을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해 객석의 모든 사람이 기분 좋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
스마트폰의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연극 '햄릿' 공연 중, 햄릿의 아버지 유령이 "어서, 어머니에게 말을 걸어드려라. 부드럽게, 다정한 아들로"라고 대사를 말하자 객석의 AI가 "네"라고 응답한 황당하면서도 웃음을 참기 힘든 상황이 있었다. 콘서트홀에서는 앙코르곡이 무엇인지 검색한 AI가 곡명을 연주 도중에 크게 알려주는 광경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휴대전화는 공연장 에티켓 위반의 주범이고 경우도 다양하다. 평소 약을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소리가 저녁 8시부터 주기적으로 울리는 바람에 공연의 흐름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객석 조도가 낮은 오페라극장에서 몸을 숙이고 문자를 보내봐야 밝은 불빛이 새어나와 주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행동들도 문제다.
물론 휴대전화와 관계없는 전통적인 '공연장의 결례'도 여전하다. 앞좌석에 발을 올리거나 신발을 벗어 불쾌감을 주는 행동, 옆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행동들이다. 동료들끼리 자주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사건 중 하나는 한 관객이 강아지를 몰래 데리고 객석에 들어간 일이다. "우리 강아지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도 공연을 잘 보았는데 왜 예술의전당에는 출입이 안 되냐! 얘는 조용히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우기는 바람에 겨우 설득해 인터미션 때 돌려보냈다. 이러한 에티켓 위반 행동들은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과 관람하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최근 공연장 관람 문화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커튼콜을 포함해서 모든 공연 도중에 촬영이 금지됐지만,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 문화의 확산으로 커튼콜 촬영은 허용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클래식 공연에서는 일부 관객들이 커튼콜 이후 이어지는 앙코르 연주까지 촬영할 수 있다고 오해해 혼란이 생긴다. 하지만 앙코르는 본 공연과 같은 연주의 일환이기 때문에 촬영이 금지된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실제로 2년 전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앙코르 연주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객석에서 녹화 버튼이 눌리는 소리를 듣고서 연주를 멈춘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드러낸 셈이다.
공연장 근무자로서 가장 큰 보람은 준비한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관객들이 감동을 간직한 채 행복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다. 공연은 혼자 봐도 즐겁지만, 많은 관객이 함께할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공연 후 터지는 박수 소리는 혼자 만들 수 없는 큰 감동이며, 서로를 배려하는 박수는 아티스트에게 큰 행복과 힘이 되어 돌아온다.
사회 전반이 과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처럼 공연장 역시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깊어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작은 배려가 모여 특별한 공연 경험을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관객 모두의 배려가 모여 행복한 공연장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꿈꾼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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