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헝가리, 성소수자 행사 금지
헌법 개정안 통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확산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Apr 14 2025 03:49 PM
헝가리 국회가 2SLGBTQ+ 커뮤니티의 공개 행사를 금지할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 전문가들과 비평가들은 이를 정부가 여론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점차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해 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집권 여당인 피데스-KDNP(Christian Democratic People's Party) 연합이 제안했으며, 포퓰리즘 성향의 총리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의 주도로 진행됐다. 전체 161명 의원 중 찬성 140표, 반대 21표로 통과됐으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던 개정안은 여당의 당론 투표로 통과됐다.
헌법 개정안에는 ‘어린이의 도덕적, 신체적, 정신적 발전권이 생명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평화적 집회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해석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신속 처리된 법안을 헌법 수준으로 격상한 것으로, 2SLGBTQ+ 커뮤니티가 개최하는 퍼레이드나 공개 행사를 전면 금지한다. 이에 따라 매년 수천 명이 참여하던 부다페스트 프라이드(Budapest Pride)와 같은 행사가 금지 대상이 된다.
또한 당국은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불법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최대 20만 포린트(약 769CAD)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2015년부터 실종자 수색이나 범죄 수사 목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 통과된 법으로 인해 이를 정치 시위 감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헝가리 시민자유연합(HCLU, Hungarian Civil Liberties Union)의 변호사 아담 렘포르트(Ádám Remport)는 이러한 대규모 감시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개정안에는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정체성을 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헌법상 ‘남성과 여성’ 두 성만 인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이는 앞서 개정된 ‘아버지는 남성, 어머니는 여성’이라는 입양 관련 조항의 연장선이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개인은 법적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된다.
HCLU의 변호사 다넬 되브렌테이(Dánel Döbrentey)는 이번 개정이 특정 개인을 인간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비판하며, 이는 인권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사람들을 굴욕적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국회가 2SLGBTQ+ 커뮤니티 공개 행사를 금지할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스플래쉬
이번 개정은 오르반 정부가 2011년 독자적으로 헌법을 제정한 이후 15번째 개정이다. 법적 기준을 생물학적 현실에 기반한다고 밝힌 정부 대변인 졸탄 코바치(Zoltán Kovács)는 이번 개정이 개인의 자기표현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항으로,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 유럽 단일 통합 시장) 외 국가의 시민권을 보유한 이중국적 헝가리인은 공공질서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최대 10년간 시민권이 정지될 수 있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반정부 성향의 시민단체, 언론, 판사 등을 외국 자금으로 운영되는 '그림자 군대'로 표현하며, 이들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를 국가 주권 보호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야당과 인권 단체들은 민주주의의 후퇴로 보고 있다.
야당 모멘툼(Momentum) 소속 국회의원 다비드 베되(Dávid Bedő)는 오르반 정부가 15년째 민주주의와 법치를 해체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권력 유지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투표 당일에는 야당 의원들과 시위대가 국회 주차장 입구를 봉쇄하려다 경찰에 의해 물리적으로 해산됐다. 의회 안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에어혼을 불며 표결을 방해하려 했으나, 투표는 잠시 중단된 후 그대로 진행됐다.
www.koreatimes.net/핫뉴스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