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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 Vida! 콜드플레이 만세!
5만명 떼창 터졌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22 2025 10:41 AM
英 밴드 콜드플레이, 8년 만에 내한 16일부터 총 6회 공연, 관객 30만 명 트와이스 오프닝·BTS 협업곡 불러 親관객 퍼포먼스·무대 볼거리 풍성 크리스 마틴 “내 생애 최고의 관객”
“난 한때 세상을 지배했지 / 내 한마디에 바다가 솟구쳤는데 / 이젠 아침에 홀로 잠들고 / 내가 소유했던 거리를 청소하네”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대표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5만 명이 모인 고양종합운동장은 거대한 환호성으로 들썩거렸다. 이 곡이 담긴 앨범 커버의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프랑스 시민군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자유를 만끽하며 평등하게 음악을 즐기는 한국 관객들로 치환됐다. ‘비바 라 비다’는 ‘인생 만세’라는 역설적인 제목으로 몰락한 왕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곡. 밴드의 27년 역사상 단 두 차례의 내한공연이 모두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왕좌 공석’ 시기와 맞물린 점은 공교롭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1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콜드플레이가 1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무대에 올랐다. 2017년 4월 15, 16일 첫 내한공연을 한 지 딱 8년 만이다. 보컬 크리스 마틴은 “왜 8년이나 걸렸냐는 팻말을 봤는데 한국인들이 나보다 더 잘해서 연습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눙쳤다.
2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다섯 차례 더 열리는 이번 공연은 총 30만 명이 예매했다. 역대 내한공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콜드플레이는 2022년 3월 시작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월드 투어'로 록 밴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역대 대중음악 투어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입을 기록했다. 관객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티켓 수익은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21세기 가장 인기 있는 밴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2시간여의 공연은 명불허전이었다. ‘행성’으로 시작해 ‘달’ ‘별’을 거쳐 앙코르 무대인 ‘집’으로 이어지는 4막 구성은 곡의 연결이나 시각 연출, 관객과 교감 등에서 빈틈없이 촘촘했다. 히트곡이 많으니 관객의 ‘떼창’도 쉴 새 없었다. 각 파트마다 서정적인 인디 록 성향의 초기 히트곡과 스타디움 공연에 최적화한 빠른 비트의 히트곡을 적절히 배치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위 프래이’ 때는 오프닝 공연을 한 팔레스타인 출신 가수 엘리아나와 K팝 걸그룹 트와이스가 다시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불러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던 ‘마이 유니버스’ 때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영상과 음원으로만 함께했다.
관객 친화적인 퍼포먼스도 돋보였다. ‘송북’ 코너에선 객석에 있는 팬을 무대로 초청해 ‘업&업(Up & Up)’을 함께 불렀고, 공연 말미엔 팬들이 들고 온 플래카드 문구 등으로 즉석에서 바로 노래를 만들어 소통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관객에게 “푸틴이 허락해주면 언젠가 공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노래를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1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눈이 즐거운 공연이었다. 여러 색의 불빛으로 바뀌는 손목시계 모양의 자이로밴드는 공연장을 스케치북 삼아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냈다. ‘옐로’를 연주할 땐 5만 개의 노란 불빛이 장관을 연출했고, ‘클록’을 노래할 땐 비트에 맞춰 여러 색으로 깜박거리며 심장 박동을 가속했다. 풍선이 객석 위로 떠다니고 공기 대포가 쏘아 올린 색종이가 관객 위로 눈처럼 떨어지며 하늘 위로 불꽃이 터지는 등 풍성한 볼거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의 지치지 않는 환호에 마틴은 “내 생애 최고의 관객”이라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미리 준비해온 한국어로 “한국어가 서툴러도 이해해주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라고 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사랑과 평등의 메시지로 끝났다. 마틴은 “여러분은 종교, 인종, 국적, 젠더,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우리가 받은 사랑과 에너지를 세계로 보내고 싶다. 이 사랑을 북한으로, 중국으로,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낼 수 있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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