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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정기총회서 회장단 인준 생략
발언권 제지 등 민주적 합법성 결여
- 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 Apr 29 2025 03:46 PM
회의 초반 고성...몸싸움 일어날 뻔 역사박물관 설명 없이 서둘러 폐회
제61차 토론토한인회 정기총회가 지난 26일 토론토한인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 결산과 2025년 예산을 심의하고, 지난 1월 정관개정 후 치러진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된 김정희 회장의 3선을 인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왼쪽 사진】 26일 한인회관에서 열린 한인회 총회 초반 이방주(왼쪽)씨와 김인환씨가 회의진행을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 이씨와 김씨가 몸싸움을 벌일 듯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김영환(오른쪽)씨가 이씨를 말리고 있다. 왼쪽 끝은 조경옥 이사. 사진 한국일보
그러나 정회원(회비 납부자) 96명이 참석한 총회장에는 현 집행부·이사회를 지지하는 회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 회의 시작 전부터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총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지연된 오전 11시30분에야 시작됐다. 이유는 안건 토의 인쇄물 부족 때문이었다. 회의 시작 후 배달된 인쇄물은 레터 사이즈 20장 분량의 양면 인쇄 보고서 40페이지(영문 포함)에 달했다.
김정희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단 2분의 시간을 주며 유인물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은 읽을 것도 없이 그냥 넘어가자는 말이나 진배없었다. 회원, 특히 이날 소집된 충성파들은 집행부의 일사천리식 진행 방식에 이의가 없었다. 집행부는 회의만 서두를 뿐, 유인물 부족으로 회의가 지연된 것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리치먼드힐 거주의 한 회원은 "총회 시간이 부족하다고 회원들의 발언을 제지하는 집행부는 회원을 우습게 여긴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참석했는데, 진행방식을 보면 회원들에게 군림하는 교만함이 역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7월 정기총회에서는 안건마다 "의견 없음"으로 무사통과 관행이 이어졌으나, 이번 총회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수시로 이의를 제기했고 진행자는 매번 '시간 부족'을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김 회장은 안건토의에 대해 회원들에게 "동의"와 "재청"이 있는지 묻고는 곧바로 통과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명규(본보 발행인) 회원은 "회장이 동의, 재청의 뜻조차 모르거나 일부러 모른 척한다"고 지적하고 "공산독재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상식 이하의 회의 진행 방식"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모든 절차는 '이미 계획된 원안'이 있는 듯 항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활동보고서 역시 수준미달이었다. 보고서에는 영상제작 워크숍, 강연회, 어린이 PA Day 프로그램, 텃밭가꾸기 행사 등이 사업성과로 기록됐다. 하지만 50명 미만이 참석한 강연회는 100명 참석으로 과장 기재됐다.
워크숍에는 단 7명만 참석했고 어린이 캠프도 참석인원이 6~8명 정도로 소규모에 불과했다. 텃밭가꾸기 역시 15명에 불과, 한인 인구가 1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지역에서 한인회가 내세울만한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한인회 사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 노약자, 탈북민 지원 등 공동체 복지보다는 일부 핵심 관계자들을 위한 소규모 프로그램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총회 중 '기타 안건' 시간에 한인상위원회 신숙희 부이사장은 "더 많은 훌륭한 인사들이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정관 개정을 주도한 박보흠 부회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김철제 이사가 나서서 "더 많은 훌륭한 인사 운운하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반박했다.
신씨는 회장단 인준 문제도 지적, "지금까지 한인 역사상 당선된 회장단이 총회서 인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회장단은 분명한 답변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이런 모순된 진행 때문에 이날 총회에서 일부 회원들의 주장과 제안은 단 1건도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따라서 가부 표결도 없었다.
한인회 웹사이트엔 아직도 광역토론토 한인 인구가 53K(5만3천 명)로 표시돼 있다. 10만 이상의 한인 인구를 대폭 줄여서 기입하고도 정정하지 않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홍건식씨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참석자 발언을 제한했다.
총회 초반 고성이 오건 언쟁은 이날 회의의 분위기를 예고했다. 지난 3월, 회원 이방주씨는 한인회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려다가 2023년 회비 미납 이유로 후보등록을 거부당했다.
결국 김정희씨는 단독후보로서 무투표 당선됐다. 한인회 사상 최초로 3회 연임이었다. 이날 이씨는 한인회의 편파성을 비난하고 정관개정의 부당성 등에 대해 항의했다.
이로 인해 장내가 소란해지자 김인환 이사가 갑자기 나서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 김 이사와 홍건식 이사는 "폴리스를 불러라"고 고함쳤고 이씨는 여러 사람의 제지를 받고 회의장을 떠났다. 실제로 집행부는 경찰을 대기시켰음이 밝혀졌다.
안건 토의가 끝나자 문화강좌 강사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한 뒤 새 회장단의 취임식이 이어졌다. 이때 초청된 김영재 토론토총영사는 "회원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한인회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당부를 전했다. 한 여성 회원은 "지금의 한인회를 향한 뼈 있는 말"이라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날 이사 선출 또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회장단은 9명의 이사 후보에 대한 사전 소개 없이 투표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의가 제기되자 후보들을 무대 앞에 한 줄로 세우고 각자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초 몇명이 이사에 지원했는지, 선출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등 구체적 설명이 없었다. 이것은 이들이 임원진과의 친소 관계나 충성도를 기준으로 선발됐다는 의심을 주었다. 한인회는 예산 결산 정보를 감추었듯이 이사후보들을 총회 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선출 투표에는 총회 등록자 96명 중 84명이 투표했다. 미리 마련된 투표용지의 후보자 이름 옆에 도장으로 O표를 찍는 방식이었다. 개표 결과 김규일·김상수·김정민·김현중·박보흠·이상설·이우훈·조경옥·주광은씨 등 9명 모두 선출됐다고 발표됐다. 70여 표를 받은 사람도, 40여 표를 받은 후보도 모두 당선됐다.
4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41표 이상 받으면 당선으로 여긴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의 선거였다.
김정희 회장은 지난 1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애국지사 초상화 철거 건과 관련, 역사박물관 설립 계획을 총회에서 설명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서둘러 폐회를 선언했다.
끝으로, 한인회가 여전히 웹사이트에 토론토 한인인구를 5만3천명으로 축소 표기하고 있으며, 이같은 잘못을 여러 차례 지적받고도 수정하지 않은 점 역시 비판받았다. 일반적으로 토론토를 포함한 GTA 지역의 한인 인구는 15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이번 총회는 회장단의 비민주적 진행, 한인들의 무관심과 총회 참석 외면 등으로 토론토한인회의 위상과 신뢰도에 큰 상처를 남겼다. 김정희 회장 3선은 한인사회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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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전체 댓글
ppr149 ( jamiekim12**@gmail.com )
Apr, 30, 11:51 AM Reply한인회 총회 손익계산서 보고시 2024년에 9만 불 흑자라고 주장하지만, 은행 잔고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빚을 갚았다면 흑자에서 제하고 설명하는 게 기본입니다. 차리티 단체는 흑자를 남기는 게 목적도 아닌데, 왜 흑자를 강조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변호사비와 코로나 정부 보조금도 사실상 빚이었다면, 잔고에서 제해서 투명하게 보고했어야 합니다. 단순히 ‘몇만 불 흑자’라는 숫자만으로 회장단의 경영 성과를 인정하긴 어렵습니다.
PUBLISHERKT ( publish**@koreatimes.net )
May, 02, 12:14 PM Reply옳은 말씀.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한인회가 질을 높여야합니다.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합니다, 1.5세든 2세든, 1세대들은 물러가시죠. 한인사회 장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