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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 트레일에 숨은 세계사 반전
산책로 뒤엔 제국을 흔든 목재 전쟁이 있었다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Apr 28 2025 10:09 AM
토론토에서 주말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 마스트 트레일(Mast Trail)은 겉보기와 달리 깊은 역사를 간직한 길이다. 이 길이 포함된 루주 밸리(Rouge Valley)와 루주 국립 도시공원(Rouge National Urban Park) 일대는 1만 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곳으로, 선사시대부터 원주민 문화와 전통이 이어져 왔다.
이 지역에는 세네카(Seneca) 부족의 마을 가나체크위아곤(Ganatsekwyagon)이 있었으며, 프랑스 탐험가 루이 졸리에(Louis Jolliet)와 자크 마르케트(Jacques Marquette)가 지나간 경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땅이 역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19세기 초,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통치자 중 한 명인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를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마스트 트레일은 역사 깊은 하이킹 코스로 역사 교육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 공원청
1806년 겨울, 유럽 대부분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영국 침공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국 해군을 먼저 무너뜨려야 했다. 트라팔가 해전(Battle of Trafalgar)에서 참패를 당한 나폴레옹은 해군력 대신 영국의 전략 자원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당시 영국은 자국 내 삼림을 거의 다 베어낸 상태였고, 조선용 목재 대부분을 발트해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유럽 대륙을 장악한 뒤 영국과의 무역을 차단하며 이 수입로를 끊었다. 특히 군함의 돛대를 만들기 위한 거대하고 튼튼한 소나무는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목재 수급이 끊긴 영국은 결국 북미 식민지로 눈을 돌렸고, 울창한 스트로부스소나무(White Pine)로 둘러싸인 루주 밸리를 주목하게 됐다. 이후 영국은 루주 밸리의 스트로부스소나무을 대대적으로 벌목하기 시작했다. 베어낸 목재는 루주 강을 따라 온타리오 호수로 운반된 뒤, 세인트로렌스 강을 지나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향했다. 이렇게 운반된 목재는 왕립 해군의 돛대로 사용됐다.
이 시기 벌목 작업에 참여한 벌목꾼들은 현재의 마스트 트레일을 포함한 여러 산책로의 초기 형태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루주 밸리에서 공급된 목재 덕분에 나폴레옹은 영국 침공에 실패했고, 러시아가 영국과의 무역을 재개하자 나폴레옹은 러시아 침공을 감행하게 된다. 이 결정은 그의 제국 몰락으로 이어졌다.
나폴레옹의 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캐나다의 목재 산업은 계속 성장해 모피 무역을 제치고 국가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루주 밸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도시형 공원 중 하나인 루주 국립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산책과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당시 과도한 벌목의 여파로 지금은 루주 공원에서 스트로부스소나무를 보는 것은 어렵다. 현재는 레지노사소나무(Red pine)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캐나다 공원청은 스트로부스소나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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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