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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예술가의 예민함을 이해”
“문학 사랑하셨던 분” 문인들 회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30 2025 11:27 AM
소설가 김금희 “사제 서한에 소설ˑ시 읽기 권유 글도 잘 쓰시고 문학 가치 알아” 동화작가 고정욱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 영혼 방한 때 소형차 타신 것 기억나” 소설가 공지영 “남긴 재산이 14만원뿐이라니ˑˑˑ 예수의 대리자를 보는 기분”
“나는 한낱 지나는 발걸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서전 원고를 살피고 있다. 가톨릭출판사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서전 ‘희망’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서 더 나은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라며 낮은 자세로 임하고자 하는 자신을 ‘발걸음’에 비유했다. 그의 시적인 표현들은 가톨릭교회 공문인 회칙 ‘신앙의 빛’ ‘찬미를 받으소서’ 등에서도 빛났다. 국내 문인들은 교황의 문학적 면모를 기억하며 “인간을 사랑하고 세상을 노래한 성인”으로 추모했다.
김금희 소설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톨릭 신자인 김금희 소설가는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황의 자서전 등을 통해 그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같은 작가를 좋아했다고 알고 있다”며 “누구보다 문학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깊이 알고 계셨던 분”이라고 했다. 교황은 지난해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며 “특히 소설과 시를 읽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서한에서 그는 “삶을 직시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학을 무시하거나 감상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교황이 남긴 자서전, 강론집 등을 대부분 읽었다고 밝힌 김 작가는 “예술가의 예민함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은총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셨던 부분이 인상 깊었다”며 “글을 잘 쓰시기도 했지만 문인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고정욱 동화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톨릭 신자이자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고정욱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잊을 수 없는 빛을 남긴 영혼으로 기억된다. 고 작가는 2014년 방한 당시 가장 작은 차였던 현대차 ‘쏘울’을 타고 국민들 앞에 섰던 교황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교황이 가장 작은 차를 타고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며 “보잘것없는 내가 교황보다 큰 차를 타도 될까 생각이 들어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말했다. 지체장애로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고 작가는 당시 미니 밴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교황이 탄 차 이름이 ‘영혼(Soul)’이었잖아요. 우리 영혼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방향이 중요하지 크고 좋은 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작가로서도, 인간으로도 너무나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주신 거예요.”
공지영 소설가. 연합뉴스
가톨릭 신자인 공지영 소설가도 교황을 떠올리며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이었다”며 “내내 예수의 대리자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빈자의 삶’을 실천한 교황의 삶을 열거하던 공 작가는 “돌아가신 후에 보니 남긴 재산이 1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에 따르면 생전 월급도 마다했던 교황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14만 원)였다고 한다. 공 작가는 “세상을 사랑하셨지만 몸으로 그렇게 마지막까지 가난을 실행하시고 가신 게 너무 존경스럽고 그런 분이 계셨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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