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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재난이 부른 감시와 차별...

흔들린 청춘의 결말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30 2025 10:29 AM

소라 네오 감독 ‘해피엔드’


가까운 미래 일본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들이 한밤 학교 동아리방을 찾는다. 밤을 새워 놀던 이들은 교장이 애지중지하는 스포츠카에 고약한 행동을 한다. 교장은 노발대발하고 인공지능(AI) 감시체계를 도입한다. 일본 정부가 대지진 임박을 빌미로 특별 감시법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

시민들이 감시법 입법에 항의 시위를 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학내 투쟁을 시작한다. 30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해피엔드’는 청춘의 풋풋한 우정을 그려내며 일본사회의 전체주의를 비판한다. 소라 네오(34) 감독의 장편극영화 데뷔작이다. ‘해피엔드’는 잘 만든 청춘 영화인 동시에 단단한 정치적 메시지를 지녔다. 웃기면서 찡하고 때로는 서늘하다. 일본 영화계 새로운 재능의 등장이다. 한국을 찾은 소라 감독을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치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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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네오 감독은 “차별받지 않는 사람들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상상적 노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ko Masubuchi

 

소라 감독이 ‘해피엔드’의 영화화를 구상한 건 20대 중반 무렵이다. 그가 “동일본 대지진(2011년) 발생으로 정치성에 막 눈을 떴던 시기” 이후다. 소라 감독은 “월가 점령 시위,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각별했던 친구와 정치적 의견 차이로 아예 대화를 나누지 않게 돼 매우 슬펐고 이를 계기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해피엔드’의 주축 인물은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고우(히다카 유키토)다. 둘은 절친이나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유복한 집안의 유타는 별 걱정 없이 음악에 몰두한다. ‘자이니치 4세’인 고우는 어머니 식당 일을 도우며 공부한다. 유타와 고우의 대조적 상황은 재일한국인의 지위를 돌아보게 한다. 유타, 고우와 어울리는 톰(아라지)과 밍(시나 펭)이 각각 미국계와 대만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별 감시법이 시행되고 학교에 AI 감시체계가 도입되자 이들을 공개 차별하는 일이 벌어진다. 자위대 대원이 학교에서 특별 강의를 할 때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들을 제외하는 식이다.

 

ㄴㅁㅊ.jpeg학교는 학생들 관리를 핑계로 인공지능 감시체계를 도입해 학생들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벌점을 매긴다. 영화사 진진 제공

 

소라 감독은 “가까운 미래에 대지진 같은 심각한 재난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고의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게 이 영화를 만든 또 다른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헤이트 스피치가 급증했다”며 “1923년 간토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간토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돌았잖아요. 동일본 대지진 때는 도쿄 인근 가와구치코라는 곳에서 쿠르드 난민이 나쁜 짓을 한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어요. 역사를 반성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겠구나 두려웠어요.”

영화 속 고우의 어머니는 재일한국인에게 투표권이 없는 현실을 짧게 언급한다. 소라 감독은 “차별은 제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재일한국인이 여러 세대를 살고도 투표권이 없는 걸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국과 식민지 관계에서 비롯된 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버지 사카모토 류이치 많은 음악 들려줘"

 

h0429a021a30.jpeg고교생 유타와 고우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하지만 유복한 유타와 달리 고우는 가난한 자이니치 4세다. 영화사 진진 제공

 

소라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자랐다. 그는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으나 국제고였고 졸업하지도 않았다”며 “일본 (일반)고교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보이도록 조사와 취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소라 감독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를 연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세계적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가 말기 암 투병 중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소라 감독은 사카모토의 아들이다. 소라는 어머니쪽 성이다. 소라 감독은 “아버지가 많은 음악을 들려주었고 음악을 많이 들으라 하셨다”며 “알게 모르게 아버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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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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