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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선택, 방향은 어디로
현대성과 전통성 두고 추기경들 입장차 뚜렷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pr 29 2025 08:45 AM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향년 88세로 선종하면서, 전 세계 가톨릭 추기경들이 그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교황 선출을 앞둔 이번 회의는 교회의 미래 방향성을 두고 중대한 선택 앞에 놓여 있다. 외부 인사를 다시 한번 선택할지, 혹은 오랜 바티칸 경험을 갖춘 내부 인사를 택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2013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기구 출신이 아닌 거의 외부 인사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아르헨티나에서 지역 사목 활동에 전념해 왔고,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었다. 교황 재임 중 그는 교회의 시선을 전통적 중심지에서 벗어난 바깥세상으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프란치스코는 재임 중 47차례 해외 순방을 단행하며 남수단,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가톨릭 신자가 적은 국가들을 주로 찾았다. 특히 가톨릭-이슬람 간의 대화에 공을 들였으며, 이 과정에서 교회 외부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기자회견에서도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에 응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가톨릭의 출산 조절 금지령, 즉 피임 금지와 관련된 질문에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토끼처럼' 자녀를 낳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이는 등 예상 밖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스타일은 일부 신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의 장례식은 지난 토요일 로마에서 거행됐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of St. Mary Major)까지 이어진 장례 행렬에는 약 40만 명의 조문객이 운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교황직의 중요한 자질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의 라인하르트 막스(Reinhard Marx) 추기경은 차기 교황이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며, 사목적 역량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로마 가톨릭 뉴스 서비스(Catholic News Service)에서 오랫동안 교황청을 취재한 존 타비스(John Thavis)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시선을 외부 세계로 돌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조용하고 내부 운영에 능숙한 인물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카밀로 루이니(Camillo Ruini) 추기경 비슷한 의견을 내세우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때때로 신앙에 충실한 신자들보다는 교회에 거리를 둔 이들에게 지나치게 다가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를 신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교황청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관리 능력 중심의 교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정 적자와 연금 기금의 부채 증가가 대표적 과제로 꼽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차기 교황 선출을 앞두고 교회 안팎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P통신
추기경들은 현재 일반 회의(General Congregations)를 매일 열며 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80세 미만의 추기경 약 135명이 참여하는 비공개 선거는 오는 5월 7일에 시작된다. 이 회의에서는 일부 추기경들이 교회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담은 연설을 할 수 있으며, 이는 교황 선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을 당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던 베르골료(Jorge Bergoglio)는 이 회의에서 교회가 현대 세계에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는 짧은 연설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기 작가 오스틴 아이버레이(Austen Ivereigh)에 따르면 이 발언이 추기경들에게 결정적인 인상을 주었고, 결국 그의 선출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는 재임 중 미얀마, 아이티, 르완다 등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한 국가들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 출신 인사들을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이로 인해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간에 상호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추기경들이 프란치스코를 모델로 삼아 또 다른 외부 인사를 택할지, 혹은 그 이전의 교황이었던 바티칸 출신 내부 인사 베네딕토 16세(Benedict XVI)를 본보기로 삼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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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