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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소음, 거미줄도 바꿨다
진동 줄이거나 키우는 방식으로 외부 자극 관리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Apr 29 2025 04:04 PM
도심의 자동차, 비행기, 공사 소음 등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소음이 일부 거미로 하여금 진동을 다르게 전달하는 ‘방음 거미줄’을 짓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미는 먹잇감, 포식자, 짝,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거미줄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깔때기형 거미줄을 짓는 거미는 나무, 바위, 건물 같은 표면에 거미줄을 고정해 놓기 때문에 교통이나 기계 등 환경 소음의 진동도 함께 전달받는다.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학교(University of Nebraska–Lincoln)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깔때기형 거미줄이 주변 소음 수준에 따라 진동 전달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도심과 농촌 지역에서 채집된 개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거미줄을 지었고, 이는 소음에 적응하려는 거미의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심 지역에 서식하던 거미는 소음 강도가 높은 환경에 적응해 과도한 자극을 줄이기 위해 주변 진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거미줄을 짓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농촌 지역의 거미는 특정 진동 주파수를 증폭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더 잘 수신하려는 특성을 나타냈다.
도시 소음에 적응한 거미는 진동 전달 방식을 조절하는 거미줄을 짓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언스플래쉬
연구진은 거미의 과거 소음 노출 경험이나 유전적 특성이 이러한 거미줄 짓기의 유연성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미가 소음을 경험한 경우 그 영향을 다음 세대에 전달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거미가 환경 소음 속에서도 의사소통에 필요한 정보를 수신하기 위해 거미줄의 물리적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동물들이 단순히 소음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맞춰 수용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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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