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전 세계 5명 중 1명, ‘HSP’
감각 과잉 반응 속 장점과 취약성 공존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05 2025 01:28 PM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매우 예민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 HSP)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Elaine Aron)과 아서 아론(Arthur Aron)은 이들을 ‘감각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을 지닌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소리, 움직임, 타인의 감정 등 감각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변 환경에 대한 자각이 높다.
아론 부부는 HSP를 규정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깊이 있는 정보처리’, ‘과자극’, ‘감정 강도’, ‘감각 민감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단순히 자극을 더 많이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깊이 있게 처리한다. 공감 능력이 크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타인을 위한 배려와 사고가 깊다. 이러한 특징은 일상에서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쉽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감정의 폭이 넓어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모두 강하게 경험하고, 미묘한 감각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감각처리 민감성은 선천적인 성향으로, 뇌 영상 연구에서는 지각과 공감에 관련된 뇌 영역이 HSP에서 더 활발히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쾌감과 불쾌감 자극에 대한 반응도 강한 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민감성이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특성이며, 부모로부터 유전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러한 민감성은 아동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며, 자라온 환경에 따라 그 특성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지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민감한 아동은 성인이 되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HSP는 성격 특성으로 분류되며, 질환은 아니다.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과 겹치는 면이 있지만 HSP는 고유한 성향이다. 모든 내향성이 HSP인 것은 아니며, 반대로 모든 HSP가 내향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HSP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일반화불안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 등 일부 정신건강 문제와 유사한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HSP의 과민한 자극 반응은 ADHD의 주의산만이나 불안장애의 과각성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감각처리장애와 달리 HSP는 자극을 과도하게 인식하더라도 그 자극을 분석하거나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 ADHD와 비교했을 때, HSP는 충동성이나 집중력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유사한 자극 민감성은 있을 수 있지만, HSP는 사회적 소통이나 발달 지연을 겪지 않는다.
감각 처리 민감성(SPS)을 지닌 ‘매우 예민한 사람(HSP)’은 자극에 민감하지만 공감 능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기질적 특성을 지닌다. 언스플래쉬
HSP는 강한 빛이나 냄새 등 강렬한 자극에 쉽게 압도되며, 주변의 미묘한 변화를 인지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느낀다. 통증에 민감하고, 바쁜 하루가 지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상상을 자주 하며 예술이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느끼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꺼리며, 동시에 여러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민감함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닌다. 세심함과 신중한 결정,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깊은 관계 형성, 예술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 창의성 등은 강점이다. 반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빠른 결정이나 압박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편두통, 만성통증 등 건강 문제가 동반되기도 한다.
HSP로서 삶의 질을 높이려면, 자극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회복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민감함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명상 등 마음챙김 활동도 효과적이다. 또한 공감 능력이 높은 만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인간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