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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린 항구 도시, 디포 하버
유령 도시로 남은 식민 개발의 흔적과 붕괴의 기록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05 2025 02:41 PM
온타리오주에는 과거 번성했다가 사라진 유령 도시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조지언베이(Georgian Bay) 인근 파리 사운드(Parry Sound) 근처에 위치한 디포 하버(Depot Harbour)다. 이곳은 한때 북미에서 가장 바쁜 곡물 무역 항구 중 하나였지만, 대형 화재 이후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주 내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디포 하버는 식민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역사 역시 식민주의로 인해 상처 입었다. 1890년대 후반, 북미 최대 목재 수출업자 중 하나였던 존 루돌퍼스 부스(John Rudolphus Booth)는 철도망 확장을 위해 캐나다 애틀랜틱 철도(Canadian Atlantic Railway, CAR)를 설립하고 파리 사운드 인근에 새로운 항구 도시를 계획했다.
하지만 기존 항구의 부두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그는 철도 중심지를 파리 섬(Parry Island)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 섬은 당시에도, 지금도 와우사우크싱 원주민(Wausauksing First Nations)의 땅이었다. 당시 법률에 따라 철도 건설을 이유로 원주민 땅을 수용할 수 있었고, 부스는 이를 활용해 약 314에이커의 토지를 확보했다. 정확한 보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원주민 공동체는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항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자 디포 하버는 대서양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곡물 수출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전성기에는 열차가 20분 간격으로 도착했고, 항만에는 곡물 저장소 두 곳, 호텔, 주택, 상점, 교회 세 곳 등 기반 시설이 들어섰다. 이 시기 상주 인구는 약 2천 명, 여름철에는 3천 명에 달했다.
디포 하버는 철도 확장을 위한 토지 수용과 함께 성장했지만, 원주민 공동체의 땅을 침탈하며 식민주의의 상처를 남긴 항구 도시였다. 토론토 공공 도서관 디지털 아카이브
부스는 철도부터 선박 운항까지 도시 내 대부분 자산을 장악하며 사실상 디포 하버 전체를 통제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 정부의 지원 부족과 오타와에 위치한 목재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그의 제국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화재로만 완제품 목재 약 1억 피트가 소실됐다.
결국 부스는 CAR 주식을 그랜드 트렁크 철도(Grand Trunk Railway)에 매각했고, 이후 해당 철도는 캐나다 내셔널 철도(Canadian National Railway)로 귀속됐다. 1926년 철도 정비창과 회차 시설이 폐쇄되면서 쇠퇴의 전조가 시작됐다. 몇 년 후, 웰랜드 운하(Welland Canal)의 개통으로 곡물 수송의 흐름이 바뀌자 디포 하버의 항구 기능도 사실상 종료됐다.
1941년 마지막 선박이 정박한 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디포 하버는 군수 물자 제조 기지로 전환됐다. 이곳에는 탄약 제조에 사용되는 저등급 폭약 코다이트(cordite)를 보관한 창고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1945년, 곡물 저장소 철거 작업 중 발생한 화재로 대형 폭발이 일어나 인근 노벨(Nobel) 마을까지 피해가 확산됐다. 당시 폭발의 불빛은 7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고 전해진다.
1946년에는 석탄 유통 기지로 재활용됐지만, 1950년대에 들어 산업이 쇠퇴하면서 석탄 부두, 철도 교량이 차례로 폐쇄됐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주민들은 이주했고, 남은 주택은 단돈 25달러에 팔렸다. 1960년대 중반에는 단 세 채의 건물만 남았다. 1980년대 후반, 철도가 완전히 철거되며 디포 하버는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 부지 소유권은 원래의 주인인 와우사우크싱 원주민에게 반환됐다. 하지만 반환된 땅은 코다이트로 오염돼 있었고, 수면 아래에는 전쟁 시기 침몰한 탄약 선박들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디포 하버는 현재 온타리오주 최대 규모의 유령 도시로, 그 역사는 파리 사운드 지역 박물관(Parry Sound District Museum)에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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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