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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황 레오 14세, 그는 누구인가
선교사 출신 페루 시민권자, 평화·포용 강조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09 2025 09:10 AM
세계 가톨릭 교회 14억 신자의 새 수장으로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레보스트(Robert Prevost) 추기경이 선출돼 교황으로 즉위했다. 프레보스트는 교황으로서 ‘레오 14세(Leo XIV)’라는 이름을 택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프레보스트는 2023년에야 추기경에 임명된 인물로,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교황 선출은 미국인 최초의 교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페루 북서부 도시 칙라요(Chiclayo)에서 주교로 봉직했다. 같은 해 페루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과 페루 이중국적자다.
레오 14세는 즉위 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서 군중에게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인사했고, 이어 스페인어로도 간단한 메시지를 전했다.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취임 연설에서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현대 세계와 소통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만들자는 그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평화와 대화, 선교적 복음화를 강조하면서 교회가 사람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교사 출신 레오 14세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교회를 이끌 새 지도자로 선출됐다. AP통신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줬던 겸손한 이미지와는 달리, 전통적인 붉은색 교황 복장을 백색 제의 위에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청 내에서 그를 오래 알고 지낸 마르크 프란시스(Mark Francis) 신부는 그가 프란치스코의 사회정의에 대한 입장을 지지해왔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실용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유머 감각이 있지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고도 했다.
프레보스트는 1985년 처음으로 페루에 선교사로 파견됐고, 1999년 미국으로 돌아와 소속 수도회인 아우구스티노회(Augustinian)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후 로마로 이동해 수도회 총장직을 두 차례 역임하며 세계 여러 공동체를 방문했다. 2023년에는 교황청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돼 전 세계 주교 인선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빌라노바대학교(Villanova University)에서 학사, 시카고 소재 가톨릭 신학연합대학교(Catholic Theological Union)에서 석사, 로마 소재 성토마스 아퀴나스 교황청 대학(Pontifical College of St. Thomas Aquinas)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2024년 8월 유튜브에 공개된 연설에서는 이민 문제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됐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어떤 존재로 부르셨는지를 잊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미국의 반이민 정책과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2017년 시리아 난민 수용을 금지하는 정책에 대해 “예수님께서 우시고 계신다”는 내용을 담은 예수회 신부의 게시물을 공유한 바 있으며, 2024년 2월에는 제이디 밴스(JD Vance) 부통령이 가족, 국가, 그 외 세계 순으로 사랑의 위계를 나눈다는 주장에 대해 "예수는 그런 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칙라요 지역에서 프레보스트를 오랜 기간 지켜본 예수스 레온 안헬레스(Jesus Leon Angeles)는 그가 단순한 성격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페루 내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3년 교황청 공식 인터뷰에서 교회의 복음화 사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리가 중심이 되는 가르침보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기자회견에서도 “우리의 일은 천막을 넓히고 모두가 교회 안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온 안헬레스는 프레보스트가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물이라며, 가장 겸손한 이들의 의견도 경청하는 자세가 그의 미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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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