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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꽃’ 나카시마 미카
“언어 다른데 함께 불러줘서 눈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15 2025 10:23 AM
데뷔 24년 만에 첫 내한 공연 장르 넘나드는 가창력·극적 연출 본공연·앙코르 풍성한 무대 선봬
“첫 한국 공연이라 많이 긴장하기도 했고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관객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뻐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데뷔 24년 만에 처음 한국에서 콘서트를 한 일본 가수 겸 배우 나카시마 미카(42)는 둘째 날인 11일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날에 이어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공연한 그는 무대 뒤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나 “닭한마리와 삼계탕,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팬”이라면서 “관객들의 목소리 크기라든가 곡을 함께 불러주는 느낌이 상상 이상이어서 기뻤다”고 환한 미소로 말했다.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는 10,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두 차례 무대에 올라 총 6,000여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노래했다. 사진은 이전 공연 모습으로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동일한 의상을 착용했다. 유진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카시마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J팝 열풍을 타고 재조명되고 있는 가수다. 2001년 싱글 ‘스타즈’로 데뷔해 10여 년간 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국내 대중에겐 가수 박효신이 ‘눈의 꽃’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크게 히트한 ‘유키노하나(雪の華)’의 원곡 가수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정서에 잘 맞는 그의 발라드 곡들은 포지션의 ‘하루’ 박화요비의 ’스타즈’ 린의 ‘물망초’ 등으로 꾸준히 리메이크되며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종편채널 MBN ‘한일톱텐쇼’에 출연해 ‘유키노하나’를 불러 다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성기를 지나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나카시마는 이번 두 차례의 서울 콘서트에서 변함없는 가창력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2시간 동안 두 차례의 메들리로 짧게 이어 부른 12곡을 포함해 총 30곡을 선보였다.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시작으로 7곡을 이어 부른 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그는 “오래 활동한 만큼 부를 노래가 많지만 시간이 한정적이어서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메들리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에서 나카시마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정적인 가창에 극적인 시각 연출을 더해 몰입을 높였다. 3곡마다 갈아입은 7벌의 화려한 의상은 미술 오브제 같은 역할을 했고, 발레리나와 현대무용 댄서들은 때때로 공연을 무용극으로 탈바꿈시켰다. 연기를 하듯 다양한 포즈와 표정으로 노래하는 나카시마는 종종 음악극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대표곡 중 하나인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을 부를 땐 무대 위에 가사와 한국어 번역을 띄워 곡에 담긴 절절한 감정을 느끼도록 했다.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나나’(2005)의 주제가 ‘글래머러스 스카이’를 부를 땐 로커로 변신하고 2023년 발표한 댄스 곡 ‘위 아 올 스타즈’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공연을 풍성하게 채우기도 했다.
나카시마는 성대와 귀에 이상이 생겨 한동안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공연을 마친 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목 상태를 유지하는 건 연습밖에 없다”면서 “오래도록 노래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표곡인 ‘유키노하나’였다. 팬들은 나카시마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아 1절의 후렴구를 대신 불렀고, 그는 한국 관객의 일본어 노래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나카시마는 “처음 이 곡을 불렀을 땐 이렇게까지 오래 인기를 끌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해줬는데 어떤 버전이든 모두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제 곡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공연을 마친 뒤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드’에 쓰였던 ‘파인드 더 웨이’ 등 3곡을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밴드 멤버들과 나란히 감사 인사를 마친 뒤에도 객석의 박수가 이어지자 그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고 한국 팬들의 환대에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인사했다. “일본어로 노래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일본어로 같이 노래해 주셔서 ‘언어가 달라도 이렇게 같이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어요. 제 공연에 와 주신다면 언제든지 다시 한국에 오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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