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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지각 속에 ‘숨은 바다’ 가 있다
수 킬로미터 아래 액체 상태 물 존재 가능성 제기돼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15 2025 03:13 PM
화성의 붉은 대지 아래에는 우리의 행성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화성 지각 깊은 곳에 액체 상태의 거대한 물 저장고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화성 표면에는 오래전 강과 호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행성이 지금처럼 건조하고 추워지면서 이 물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과학자들의 오랜 의문이었다. 최근 나사의 인사이트(InSight) 탐사선이 수집한 지진파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표에서 약 5.4~8킬로미터 아래에 존재하는 지층에서 지진파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는 해당 지층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화성은 약 41억 년에서 30억 년 전인 노아기(Noachian)와 헤스페리안기(Hesperian)에 접어들면서 하천이 협곡을 만들고 호수가 반짝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자기장이 사라지고 대기가 희박해지면서 표면의 물은 대부분 사라졌다. 일부는 우주로 날아갔고, 일부는 극지방의 얼음이나 광물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과거 화성 전체를 덮었던 막대한 양의 물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이른 시기 운석 충돌로 생긴 균열을 따라 물이 지각 깊숙이 침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지표 아래의 더 따뜻한 온도에서는 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착륙한 인사이트 탐사선은 고감도 지진계를 통해 화성 내부의 진동을 감지해왔다. 연구진은 전단파(shear wave)라는 특정 지진파를 분석해, 지하에 물이 채워진 다공성 암석층이 존재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지구의 대수층과 유사한 구조로, 화성 지각 속에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는 층이 있다는 의미다.
이 수분 함유층(aquifer layer)은 지구의 남극 빙하보다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할 수 있으며, 이 물을 지구 전체에 펼치면 약 520~780미터 깊이의 바다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광물에 갇힌 물, 극지방의 얼음, 우주로 사라진 물의 양을 제외한 뒤 남은 사라진 물의 양과 거의 일치한다.
화성 지진파 분석을 통해 지하 5.4~8km 깊이에 액체 상태의 물 저장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언스플래쉬
이 같은 분석은 2021년 발생한 두 건의 운석 충돌(S1000a, S1094b)과 2022년의 화성 지진(S1222a)을 계기로 가능했다. 이 사건들은 지각을 관통하는 지진파를 발생시켰고, 인사이트 탐사선은 이 고주파 신호를 포착해 지각 속의 다양한 경계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하 5.4~8킬로미터 사이에 위치한 저속 전파층(low-velocity layer)을 통해 물이 가득 찬 암석층의 존재가 추정됐다.
지구에서는 깊은 암석 속 물에서 미생물이 생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성에서도 유사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고대 생태계의 흔적일 수도 있고, 미래의 인간 탐사자에게는 식수와 산소, 연료로 활용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화성에서 수 킬로미터를 굴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도전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지표 아래 수분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유토피아 플라니티아(Utopia Planitia)의 얼음 진흙 저장고처럼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수분 저장소가 있을 수 있다.
현재의 데이터는 화성의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수분층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진계 임무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탐사선이 이 수분층을 분석해 생명의 화학적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지구 미생물로부터 이 구역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화성 지하의 물은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넘어, 이 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지구와 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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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