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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에너지 인증 시험대에 오르다
미국 의존 높은 구조에 독립 운영 가능성 주목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22 2025 08:33 AM
미국에서 고효율 가전제품에 부착되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놓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운영돼온 캐나다 프로그램의 향방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을 재편하면서 에너지 스타를 포함한 기후 변화 및 에너지 효율 관련 부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 스타는 1992년부터 EPA가 주관해온 에너지 효율 인증 프로그램으로, 가전제품부터 창문, 문, 건물까지 폭넓게 적용돼 왔다. 에너지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제품은 제3자 인증 시험소에서 테스트를 거쳐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해야 라벨을 받을 수 있다. 건물의 경우, 온라인 도구인 ‘에너지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Energy Star Portfolio Manager)’를 통해 에너지 성능을 측정하고 추적하며, 상위 25%에 해당하는 건물에 인증을 부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5조 킬로와트시의 전력, 5,000억 달러의 에너지 비용, 40억 톤의 온실가스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는 2001년부터 에너지 스타 캐나다(Energy Star Canada)를 도입해 천연자원부(Natural Resources Canada)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PA와 협력하는 형태로, 제품 등록과 시험은 대부분 미국 인증 절차에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제품이 미국 기준을 통과하면 캐나다에서도 자동으로 인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프로그램이 중단될 경우, 캐나다 인증 체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영리 단체 이피션시 캐나다(Efficiency Canada)의 정책연구원 사라 리델(Sarah Riddell)은 캐나다 소비자들이 에너지 스타 로고 하나만으로 제품의 에너지 효율 수준을 판단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미국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이 상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리델은 캐나다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일부 영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인증하지 않는 열회수 환기장치(HRV)나 에너지 회수 환기장치(ERV), 그리고 신축 주택에 대한 에너지 스타 인증은 캐나다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의뢰한 2022년 입소스(Ipsos) 조사에서는 캐나다인의 86%가 에너지 스타를 알고 있으며, 75%는 인증 주택이 비인증 주택보다 가치가 높다고 응답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캐나다에서는 3,500채 이상의 신축 주택이 에너지 스타 인증을 받았으며, 이들 주택은 평균적으로 기준 대비 20% 더 효율적이어서 연간 최대 300달러의 유틸리티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델은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이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하기에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에너지 효율 표시제인 에너지 가이드(EnerGuide)가 일부 제품에 적용되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특히 창문, 문, 수영장 펌프, 전기차 충전기 등은 에너지 가이드 대상이 아니어서, 매장에서 고효율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에너지 스타 라벨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 건물은 석유·가스, 운송 부문에 이어 경제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3위를 차지한다. 이 중 대부분이 난방, 온수기, 기타 가전제품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스타 인증은 고효율 제품을 선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력회사가 운영하는 각종 리베이트 프로그램의 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그리너 홈스 그랜트(Greener Homes Grant)는 종료됐지만, 전국적으로 여전히 64개의 리베이트와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에너지 스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리델은 캐나다가 전기화와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가계의 전기요금을 줄이고 고비용 전력 인프라 건설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에너지 스타 폐지 움직임으로 캐나다의 에너지 효율 인증과 관련 제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AP통신
천연자원부는 관련 질의에 대해 현재 캐나다 운영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리델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EPA가 에너지 스타 이름과 로고 사용을 허가할 경우, 캐나다가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80개가 넘는 제품군에 대한 기준을 정기적으로 갱신할 역량이 천연자원부에 있는지 여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증 시험소 69곳 중 60곳이 미국에 있고, 캐나다에는 9곳만 있다.
그럼에도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열회수 환기장치 등 일부 제품군에 대해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사례는 향후 독립 운영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EPA가 운영해온 에너지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사라질 경우, 캐나다 내 4만 개 이상의 상업 및 산업용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평가하고 최적화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도구는 지난 12년 동안 녹색 건물 인증 프로그램인 LEED와 보마 베스트(BOMA BEST)에서도 폭넓게 활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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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