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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번지는 '팁 인플레이션' 피로감
자판기·셀프 계산대까지…소비자 90% "팁 너무 과도해"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May 23 2025 09:12 AM
캐나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팁 요구'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와 관세 부담 속에, 이제는 디지털 결제 화면을 통한 팁 요청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 주민 알리 즈비에라크는 최근 나이트클럽 입장료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팁 요청을 받았다. 음료나 코트 보관도 아닌 단순 입장료에 대한 팁 요구였다. 소비자들은 이제 서비스와 할증 비용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느낀다.
캐나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팁 요구'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CTV
‘팁 크리프(tip creep)’라 불리는 이 현상은 전통적으로 팁을 요구하지 않던 장소(셀프 계산대, 소매점, 화장품 가게, 미술 행사 등)에서도 팁 요청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자아낸다. H&R 블록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팁이 너무 높다고 느끼고 있으며 82%는 예전보다 더 많은 장소에서 팁을 요구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4명 중 1명은 "불편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팁을 요구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퀘벡주는 최근 팁 문화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세금 전 금액 기준으로 팁을 산정하도록 법제화했다. 또 식당은 추천 팁 옵션을 중립적으로 표시해야 하며, 팁은 여전히 선택 사항으로 유지된다.
한편, 온타리오주는 팁 수령자 포함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시간당 17.20달러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17.60달러로 인상 예정이다.
팬데믹 당시 시민들은 최전선 근무자들과 지역 업체를 돕고자 관대한 팁을 주었지만, 물가 상승과 예산 압박 속에 최근에는 팁 지출을 줄이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에 빈번해진 팁 요청과 높아진 팁 비율은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스트쿠트니의 수 모저는 디지털 팁 화면이 부담스럽다며 현금 팁이나 직접 입력(custom) 옵션을 택한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호텔 예약 시에도 팁 요청을 받았으며, 그 거부 옵션조차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밴쿠버 아일랜드 코목스 밸리의 라이언 스펙킨은 셀프 주류 매장에서 팁 요청을 받아 당황했다며 "이건 서비스 품질과는 무관한 팁 문화의 침범"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코(Research Co.) 설문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42%는 평범한 서비스에 10~14% 팁을 준다고 답했고, 인력 부족 상황에서 평균 이하의 서비스에도 같은 수준의 팁을 준다는 응답이 36%였다. 65%는 식당 서버가 팁을 기대하면서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봤고, 35%는 서비스가 나빠도 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의 팁 요청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응답자의 71%는 온라인 쇼핑몰의 팁 요청에 반대했고, 65%는 커피숍 결제 시 뜨는 팁 화면에 불쾌함을 느꼈다. 심지어 전통적인 팁 장소인 식당에서도, 57%는 청구서에 인쇄된 추천 팁 비율을, 53%는 카드 결제 시 뜨는 팁 요청 화면을 불편하게 여겼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미술 행사 ‘페인트나잇(Paint Nite)’에선, 진행자가 단말기를 머리 위로 들고 팁을 요청해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어떤 이들은 600달러가 넘는 졸업 드레스 구매 후 18%의 팁 요청을 받는 등, 고가 소매 상품 결제 시에도 디지털 팁 요구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팁 문화는 전통적 서비스업계를 넘어, 소비자와의 실질적 접점이 거의 없는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발 여론도 커지고 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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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