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딥페이크 음란물 운영자 인도 요구

덴마크 국회의원 쇠렌 쇠네르고르(Søren Søndergaard)가 캐나다 국적의 약사 데이비드 도(David Do)에 대해 덴마크로의 범죄인 인도를 촉구하고 있다. 도는 유명인,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 다수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운영에 연루된 인물로, 피해자에는 캐나다와 덴마크의 공인 여성들도 포함돼 있다.

쇠네르고르는 덴마크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당국이 도의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덴마크에서는 동의 없이 제작·공유된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해 명예훼손법에 따라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현재는 공유만 처벌 대상이지만, 지난 3월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면 제작까지 금지되고, 딥페이크를 통한 신원 오용 역시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하는 방식이다. 무료 앱도 있으나, 고화질의 콘텐츠 제작에는 수천 장의 이미지와 고성능 장비,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캐나다에서는 현재 딥페이크 음란물의 제작 및 공유가 불법은 아니지만,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는 선거 공약에서 이를 범죄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비동의 딥페이크 제작·유포를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성폭력 관련 처벌 수위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도는 토론토 광역지역 오크밸리헬스(Oak Valley Health) 소속 약사로 일하며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미스터딥페이크스닷컴(MrDeepFakes.com)' 운영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다. 해당 사이트는 최대 70,000여 건의 비동의·폭력적 딥페이크 음란물을 호스팅했으며, 방문자 수는 수백만 명에 달하고 회원 수는 65만 명 이상이었다. 캐나다 유튜버 사라 Z.는 자신의 이미지와 영상이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한 뒤, 심각한 명예 훼손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트에는 덴마크의 왕세자비 메리 여왕(Queen Mary) 등 덴마크 유명인들의 딥페이크 영상도 포함돼 있었다.

사이트는 CBC가 도의 실명을 밝히겠다고 통보한 이후인 5월 4일 폐쇄됐다. 딥페이크 음란물 콘텐츠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사이버보안 기업 시큐리티 히어로(Security Hero)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550% 이상 증가했다.

덴마크가 유명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운영에 연루된 캐나다 약사 데이비드 도의 인도를 공식 검토하며 국제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언스플래쉬

쇠네르고르는 어린이 사진조차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 꺼려질 정도로 딥페이크가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와 덴마크는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양국에서 모두 범죄로 간주되는 경우 인도가 가능하다. 딥페이크 자체가 불법이 아니더라도 괴롭힘이나 명예훼손 등의 기존 법률 위반 혐의로 인도 요청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쇠네르고르는 이번 사건이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 특히 덴마크에서도 영향을 미친 만큼 인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법무부는 3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야 한다.

도는 5월 15일까지 마컴스토우빌병원(Markham Stouffville Hospital)과 옥스브리지병원(Uxbridge Hospital)에서 입원 약사로 근무했으며, 병원 측은 언론 보도 이후 조사를 벌여 고용 관계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도는 현재까지도 온타리오 약사협회(Ontario College of Pharmacists)에서 면허가 정지되지 않은 상태로 등록돼 있으며,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