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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반려동물 양육
그 기쁨과 책임 함께 나눌 준비 필요해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31 2025 12:34 PM
“강아지 덕분에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하루 두 번은 꼭 산책을 나가요. 예전엔 무릎이 아파서 잘 걷지도 않았는데, 강아지 덕분에 다시 걸어요.”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78세 김영자 할머니는 3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유기견 보호소에서 소형견 ‘콩이’를 입양했다. 처음에는 돌보는 일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졌지만, 콩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할머니의 하루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했다. 산책하면서 이웃과 안부 나누고, 집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은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보다도 오히려 더 큰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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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인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반려동물도 그중 하나로, 실제 김 할머니처럼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은 노인들의 사례는 적지 않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증 발생률이 낮고,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경우 반려동물은 ‘정서적 동반자’로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신체 활동을 유도해 노인의 건강도 증진시킨다. 개와 같은 활동적인 반려동물을 키우면 산책 등 일상 활동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이는 심혈관계 건강과 근력 유지, 낙상 예방, 인지기능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일어나 사료 주기→산책→낮잠→저녁에 놀아주기’ 같은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노인은 ‘자신이 여전히 누군가를 돌보는 존재’라는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노인에게 반려동물이 좋은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85세 박모 어르신은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상태에서 중형견을 키우다가 산책 중 넘어진 후 대퇴골 골절을 겪었다. 이후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이 오히려 공포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료와 정기 예방접종 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물론, 심리적 부담도 존재한다. 키우던 반려동물의 죽음은 노인에게 큰 상실감과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노인에게 맞는 반려동물 양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이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돌보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노인의 신체적·인지적 기능 수준과 건강상태, 돌봄 능력에 맞는 반려동물 선택이 중요하다. 활동량이 많은 대형견보단 소형견, 고양이, 조류, 관상어처럼 돌봄 부담이 적은 동물이 적합하다. 둘째, 갑작스러운 입원, 사망 등에 대비해 돌봄을 이어받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사료 보조, 예방접종 할인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의 생애 말기 돌봄과 사후 처리에 대한 심리 상담, 장례 서비스 제공, 보호자의 애도 심리 지원도 고려돼야 한다.
반려동물은 노인의 정신적 안정, 신체 건강, 사회적 교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면에는 체력‧경제적 부담 등도 존재한다. 따라서 반려동물 양육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개인‧가족‧사회가 공동으로 조율하고 준비해야 한다.
김 할머니는 말한다. “내가 콩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콩이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해줬어요.” 노인의 반려동물 양육, 그 기쁨과 책임의 무게를 함께 나눌 준비가 모두에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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