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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아프게 해 주세요
하운 주영자 엘리사벳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May 29 2025 10:42 AM
언스플래쉬
1995년 8월 어느 날, 직장에서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몸이 너무 지쳐 계단 옆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갑자기 옆구리에 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앗…’
입을 꾹 다물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앓는 소리를 삼키는데, 신기하게도 고통이 퍼질수록 마음 한 켠에 이런 간절함이 솟구쳤다.
“하느님, 저의 남편 요셉이 지금 많이 아픕니다. 그의 아픔을 저에게 나누어 주세요. 저는 남편의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무심한 사람입니다. 부디 저도 함께 아프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를 되뇌며 그날 일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왼쪽 옆구리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다행히 갈비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고,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텨 보기로 했다.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었다.
사실 그 때 남편은 일을 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해 누워 있었다. 병원에서는 골절 진단을 받았고, 그는 말없이 아픔을 견디고 있던 시기였던 것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내 고통 속에서 문득 남편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어쩌면 하느님의 손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며칠 후, 남편의 건강은 점차 회복되었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옆구리의 멍도 어느새 깨끗이 가셨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우리가 서로의 고통을 조금씩 나누어 가졌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남편도, 나도 더 빨리 나을 수 있었고,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의 하느님, 저희 부부를 짝지어 주시고 아픔 속에서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 중에도 남편을 떠올리게 하신 당신의 뜻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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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