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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까지 영향 주는 유전자
진보냐 보수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04 2025 07:38 PM
바나나 속 타이로신과 트립토판, 인체에서는 다양한 호르몬 기능
바나나는 몸에 좋은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나나 영양 성분 중에서도 타이로신과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들은 요즘 같은 선거철에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미노산은 다른 아미노산들과 줄줄이 연결되어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위 물질이다. 각각의 아미노산들은 개별적으로도 별도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타이로신(또는 티로신) 이라는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변할 수 있는 물질이다. 도파민은 ‘쾌감 호르몬’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호르몬인데, 실제로 바나나를 먹으면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으로 변할 수 있는 아미노산인데,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바나나 섭취가 행복감을 높이고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도 이 아미노산 때문이다.
그런데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과 연관된 호르몬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보수적 성향과 연관되어 있을 듯하고,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은 진보적 성향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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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은 체내에서 ‘5-HTT’라는 단백질에 의해서 신경 세포 사이를 이동하게 되는데 ‘5-HTT’ 단백질은 ‘SLC6A4’라는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SLC6A4는 짧은 변형과 긴 변형이라는 두 타입의 변형을 가지고 있는데, 짧은 변형(S 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SLC6A4의 긴 변형인 L 타입은 짧은 변형 대비, 신경 세포 사이에 있는 세로토닌 농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원숭이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확인됐다. 세로토닌 농도가 높을수록 지배적 행동 양식이 많아진다고 관찰되었으며, 우두머리가 되는 기회 그리고 번식의 기회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도파민은 체내에서 다양한 단백질들과 결합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인 ‘DRD4’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는 48개 염기서열이 하나의 뭉치처럼 반복되는 부위가 있으며 이 반복되는 횟수가 다양한 심리적 정신적 특징들과 연관된다. 특히 해당 부위가 7번 반복된 유형을 가지고 있다면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과 더불어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결과들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에서 지배적 성향과 지도자 특성에 관한 유전자를 연구하는 분야도 생겨나고 있다. 가령 ‘CHRNB3’라는 유전자는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라는 단백질들 중의 하나를 만드는데 해당 유전자 앞부분에 ‘rs4950’이라는 이름이 붙은 염기서열 변이가 존재할 경우 흥미로운 특징을 드러낸다. 집단 유전학적 통계적 비교에서 해당 변이가 소위 리더십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은 지속적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들이 계속 축적되며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 연구를 통해 인간의 정치적 본성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이해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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